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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미술관 전시정보

불안과 공허라는 우리의 현재 풍경을 닮은 조르조 데 키리코(Giorgio de Chirico)-1

by !))*!))* 2024. 3. 7.

국립현대미술관은 무엇을 하나, 그 많은 인력과 예산을 어디다 쓰는지라는 글을 쓰며 자료 조사를 하다, 일본 동경도미술관에서 이태리 작가, 조르조 데 키리코(Giorgio de Chirico, 1888~1978) 전시를 한다는 정보를 알게 되었다. 초현실주의에 많은 영향을 끼친 데 키리코의 작품은 불안과 공허라는 우리의 현재 풍경을 닮아 있다. 

 

 

 

조르조 데 키리코(Giorgio de Chirico, 1888~1978) 작품의 제작배경

동경도미술관 조르쥬 데 키리코 전시
동경도미술관 홈페이지에서 발췌, 조르쥬 데 키리고 전시 홍보장면

키리코는 철도 엔지니어로 일하는 이탈리아인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가 태어난 곳은 그리스 보오로 항구로 유년시절을 이 항구도시에서 보냈다. 그의 아버지는 시실리아의 귀족 출신으로 직업상 그리스 보오로 항구에서 살다가 아테네로 옮겨왔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서양의 고전문명과 지중해의 풍경과 바다 그리고 키리코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기차와 기계공구들은 모두 그리스와 이태리 그리고 아버지와 연관된 기억에서 나왔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아테네로 이사하기 전까지 키리코는 그리스에서 정기적으로 미술교육을 받으며, 한편으로는 가톨릭 신학교에서 호머와 소크라테스, 플라톤 등과 같은 이들의 고전에  관한 교육을 받았다. 

 

아테네로 옮겨온 이후에는 아테네 미술학교에서 공부하였고 아버지가 사망한 이후에는 뮌헨으로 이주하여 국립아카데미에서 공부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고세서는 니체와 쇼펜하우어의 사상에 심취하였고, 북유럽의 낭만주의 화가들의 작품에 영향을 받았다고 알려졌다. 

 

예를 들면 프리드리히 빌헬름 니체( Friedrich Wilhelm Nietzsche, 1844~1900)가 신의 죽음을 선언한 것은 당시 서구의 궁극적 근원이 상실 혹은 허무주의적인 시대상황을 극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서구 사상의 바탕인 신의 죽음으로 확고부동한 진리와 궁극적 근원은 사라졌으며, 신의 죽음이 인간 조건의 불가피한 구성요소라는 사실을 인간 추체가 깨닫게 된 상황을 니체는 허무주의라고 명명한다. 즉 신의 죽음은 신에 대한 인간의 신념이 사라졌기에 허무주의가 등장한 것이라는 말로 이해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신화와 전설에서 파생된 상징주의적인 이미지는 아놀드 뵈클린(Arnold Bocklin, 1827~1901)의 작품 <죽음의 섬>에서 떠올리게 한다.(이 작품은 5개의 버전으로 그려졌으나 네 번째는  2차 세계대전 때 파손되었다.)   

아놀드 뵈클린, 죽음의 섬
아놀드 뵈클린, 죽음의 섬, 캔버스에 유채,&nbsp; 111&times;155cm, 1883, 베를린 구 국립미술관 소장

 키리코는 그의 초창기 작품 제작배경에 영향을 끼친 뵈클린과 클링거의 작품은 뮌헨에서 접할 수 있었다. 키리코는 이들의 어둠이 깔린 우수와 신비에 싸인 낭만적 풍경화에 매료되었다는 사실은 여러 논문에서 밝혀진 사실이다.

 

키리코는 스스로 '형이상학 회화'(Metaphysica Art)라는 이름을 명명하고 조르조 모라다와 함께 이를 연구했다. 형이상학(形而上學)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제1의 원리, 원인을 탐구하는 학문을 제1철학이라고 부르고 학문체계의 최고위에 두었다. 1세기에 로도스의 안드로니쿠스(Andronicus of Rhodes, BC 60?)가 아리스토텔레스의 논저들을 집대성하면서 '자연학' 뒷자리에 '자연학 후편'(타 메타 타 피키카 ta meta ta physika)이라는 제목으로 제1철학을 배치한 것이 원인이 되었다. 

 

그러니까 meta가 확장된 의미를 갖게 된 넘어서기 혹은 초월하기 등의 의미보다 오히려 자연학 뒷 자리에 배정되었다는 의미가 더 강할지도 모르겠다. 하여튼 이 말을 독일에서 유학한 일본인 이노우에 테츠지로(井上哲次郎, 1856~1944)가 형이상학이라는 말로 번역한 것이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 이해하기 힘든 번역어는 주역(周易)의 해설문으로 전래된 계사전 상편(繫辭傳 上篇) 우제12장(右第十二章)에 나오는 형이상자( 形而上)에서 자(者)를 빼고 학(學)을 넣어 만든 용어가 '형이상학'이다. 이것이 그대로 우리에게 전해져 사용되었고 중국에서도 이 용어를 사용하게 되었다. 이 말도 대략 해석하면 '형상 위에 있는 학문' 쯤으로 예상할 수 있으나, 순서를 가르치는 meta의 의미는 없다고 할 수 있다.(https://blog.naver.com/madgear/222700296482 블로그에서 참조하여 작성)

 

위에 주장대로 따르면 과학적 연구나 경험적 관찰에 의하여 얻어진 것이 아니라 정신적 사고의 산물을 따른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런 주장이 의미가 있다고 판단되는 것은 키리코는 과학적 연구의 결과라고 할 수 있는 '인상파' 그리고 그 이전에 경험적 관찰에 의한 것에 의존하는 '사실주의' 모두를 넘어슨 새로운 예술의 범위를 창조하고자 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런 키리코의 사상은 니체와 쇼편하우어의 철학적 배경뿐만 아니라 당시 유럽의 사회적, 문화적 배경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세기말의 유럽은 그동안 르네상스가 쌓아온 과학문명에 대한 신뢰는 현저하게 떨어져 낙관주의 세계관이 맥을 추지 못하던 시기였다. 이런 세대를 반영하듯 전쟁과 혼란, 혁명이 하루가 멀다 하고 이어져 세계대전이 당장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시기였다. 결국은 제1차 세계대전이 1914년에 발발하고 말았지만 말이다.         

 

 

 

미술에서도 전 유럽에서 변혁의 소용돌이가 20세기 초부터 불었다. 프랑스에서 '인상파'에 이어 '야수파', '입체파' 그리고 이탈리아에서는 미리네티에 의한 '미래파', 키리코와 카라의 '형이상학 회화', 그리고 취리히에서는 '다다'(DaDa)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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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프라스와 독일에서는 초현실주의로 나아가며, 독일과 스칸디나비아에서는 표현주의, 러시아에서는 '절대주의' 이후에 '구성주의'로 발전하게 된다. 여기에 네델라드에서는 몬드리안과 반되스부르그에 의해 '기하학적 추상'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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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탈리아의 우울한 상황을 극복하고 진취적인 기상을 살리려한 젊은 예술가의 미래파 운동과 달리 키리코는 그리스와 이탈리아를 오히려 예술의 기원으로 인정하고 이를 고수하려는 마음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라는 개인적인 추측까지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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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도미술관에서 키리코의 전시정보

전  시  명 : 데 키리코전

기        간 : 2024년 4월 27일(토)~8월29일(목)

시        간 : 오전 9시 30~오후 15시 30분, 금요일은 20시까지

휴  관  일 : 동경도미술관 홈페이지 참조

전시 구성 : 자화상과 초상 / 형이상학 회화 / 1920년대 전개 / 회호전통으로 회귀 : 네오 바로크 시대 / 신형이상학 회화 

 * 동경도미술관 전시가 끝나고 고베시립박물관에서 9월 14일부터 12월 8일까지 개최됨(예정)

 

동경도미술관에 출품되는 데 키리코 출품작과 작품 소개 글은 다음 편에 이어서 포스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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