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폴리탄미술관(The MET)은 뉴욕 5번가에 있는 갤러리 천창을 1억 5천만 달러를 들여 개조공사를 하고 <다시 보는 유럽 회화 1300~1800(Look Again European Paintings 1300~1800)> 전시를 열었다. 이 전시는 초기 르네상스부터 19세기까지 미술작품이 전시될 뿐만 아니라 지도, 조각, 도자기, 악기도 전시되고 있다. 여기서 재미있는 작품 하나를 발견해 그것을 소개하려 한다.
다시 보는 유럽 회화 1300~1800, 전시 개요
새로 단장한 유럽 회화 전용갤러리 600~644에서 열리는 <다시 보는 유럽 회화 1300~1800(Look Again European Paintings)>는 메트가 소장하고 있는 700점이 넘는 유럽 회화와 조각, 도자기 등으로 구성된 전시이다. 전시 이름에서 보듯이 새로운 것이 아니라, 다시 보는 것으로 이미 세상에 알려질대로 알려진 유명한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www.metmuseum.org
제작 연대순으로 구성된 갤러리에서는 얀 반 에이크(Jan van Eyck, 1395~1441 ), 카라바지오(Caravaggio, 1571~1610), 푸생(Poussin, 1594~1665 )를 비롯한 17세기 네덜란드 작가의 작품, 스페인의 엘크레코(El Greco, 1541~1614)와 고야(Francisco José de Goya y Lucientes,1746~1828)의 작품까지 전시되고 있다.
메트의 그레이트 홀 계단 최상층에 있는 이 갤러리는 천장의 채광창을 교체하는 리모델링을 하고 5년 만에 재개관했다. 이 인프라 개선 프로젝트는 자연광을 최대한 이용한 것으로, 이 전시를 방문하는 관람자는 유럽의 명품회화에서 차원 높은 감상의 기쁨을 느끼게 될 것이다라고 메트는 설명하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지에 평론가 필립 케니콧(Philip Kennicott)이 기고한 글에서 유럽의 정의에 관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그는 이 전시에서 왜 이런 형식으로 전시를 구성했는지, 그 이유를 정확하게 설명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유럽에 관한 정의를 새롭게 확장하려는 의도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유럽에 관한 정의는 신세계와 그 너머의 스페인 식민지에서 만들어진 작품을 포함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넓게 규정했다.
엄밀히 말하면, 유럽 작품이 아닌 오래된 작품과 회화의 중 일부가 첫 번째 갤러리에서 전시되어 '마리우스의 승리', '카르타고 함락', '베르셀라이 전투'가 유럽의 정의를 확장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여기에 4~5세기에 제작된 현재 파키스탄의 보살 흉상도 포함된다. 더 일찍 만들어진 이집트의 석회암 사자와 18세기 멕시코에서 제작된 고대 로마의 창시자 아이네이아스를 그린 옻칠 그릇도 있다. 티에폴로의 회화는 고대 로마의 공화국이 내부적으로 확장되고 쇠퇴하는 군사력을 기념하는 것이다. 보살 흉상과 사자는 둘 다 로마의 부와 권력에 필수적인 지역인 북아프리카를 의미하는 반면, 멕시코 그릇은 통제나 주권의 지리적, 연대적 한계를 훨씬 넘어서는 로마 신화의 지속적인 매력을 암시하는 것이다.
이것으로 유럽 회화의 새로운 발표를 위한 무대가 마련되었다. 유럽은 지리뿐 아니라 군사력과 이데올로기로도 정의된다. 최근에 제시된 관점으로 본 유럽 지도는 물리적인 실체라기보다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유럽이 어떠해야 하는지 또는 무엇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암시한다. 여기에는 12세기 아랍 지도 제작자가 메카를 중심으로 디자인한 지도도 포함된다. 유럽 회화는 무역과 식민주의, 군사적 확장, 지적 선동, 문화적 다양성 등을 포함하는 유럽을 정의하기 위해 진행 중인 프로젝트의 일부이다.(The Met risked messing up its great European galleries. It paid off. , Philip Kennicott, Washington Post, 2024.01.18)
프랑스 로코코 시대의 화가 '조르주 드 라 투르'
르네상스가 이태리를 중심으로 독일과 프랑드르 지방이 속한 벨기에와 네덜란드 지방까지 영향을 미쳤지만, 이상하게 프랑스에서는 그렇게 뛰어난 혹은 유명한 화가를 찾을 수 없었던 시기가 17세기 초반이다. 그런데 20세기 초 프랑스는 자신들이 예술의 고장이라는 자부심에 걸맞은 화가를 찾아내 루브르에서 대대적으로 홍보에 열을 올리게 된다.
그 작가의 이름은 조르주 드 라 투르(Georges de La Tour)이다. 이름이 긴 이유는 프랑스 중부 도시인 투르 출신의 조르주라는 뜻이라고 한다. 프랑스 북동부 벨기에 독일과 국경을 접한 로렌지방에 제빵사의 아들로 태어났다고 한다. 조르주 라 투르가 어디서 미술공부를 했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조루주가 활동할 당시 프랑스에서는 이탈리아 카라바지오 영향을 받은 작가들이 활약하고 있었다고 알려진다.
카라바지오는 짧은 화가 생활에도 불구하고 강렬한 영향을 유럽 전역에 남겼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스푸마토 기법(공기와 맞닿아 있는 형체의 외곽선을 부드럽게 묘사하는 원근법)에서 벗어나, 카라바지오는 인공조명 즉 촛불을 광원으로 한 연극적인 조명기법을 화면에 활용하여 극적인 명암 대비(tenebrism) 기법을 창조해 냈다. 이 기법을 따르는 화가들을 테네브러스(tenebrous=暗黑派)라 부르고, 이런 영향은 1620년대까지 독일, 프랑스, 네델란드까지 펴져났다.
조르쥬 드 라 투르(Georges de La Tour, 1593~1652)의 활동년대를 보면 충분히 카라바지오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시기였던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직접 카라바지오에게 그림을 배웠다고는 여러 정황상 볼 수 없는 것이 타당한 듯하다. 성인이 된 조르쥬는 공작의 딸과 결혼하여 부유한 상태에서 그림을 그렸고, 루이 13세 궁정화가로까지 발탁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 연구가 부족하여 정확하게 그의 일생에 대하여 밝혀진 것은 별로 없다.
조르주 드 라 투르의 '점쟁이'라는 작품의 매력
조르쥬의 작품으로 발굴된 것은 현재 40여 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중에서 이번 메트의 다시 보는 유럽 회화 전시에 나온 것으로 점쟁이(The Fortune Teller)가 있는데, 이 작품은 조르쥬의 다른 작품처럼 강한 테네브리즘을 볼 수 없다. 하지만 명암이 뚜렷하여 인물대비가 확실히 드러나고, 대개 한두 명이 등장하는 다른 작품과 달리 5명이나 등장하는 몇 안 되는 작품에 하나이다. 또 뛰어난 솜씨 덕분에 등장인물의 화려한 의상이 눈길을 사로잡아 상대적으로 다른 부분으로 눈길이 가지 않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 작품에서 흥미를 느끼는 이유는 간단하다. 쓱 쳐다봐서는 절대 이 작품의 묘미를 읽을 수 없다는 점 때문이다. 눈썰미 좋은 사람은 그렇지 않겠지만, 대개는 그림을 유심히 보지 않고 지나가면서 보기 때문에 이 작품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인물의 얼굴과 의상이다. 따라서 약간 어둠 속에 묻혀있는 여인들의 손동작에는 눈길이 가지 않는다. 그리고 작품 제목도 점쟁이라고 붙어있기 때문에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기 일쑤이다.
조르쥬는 아마도 이점을 노리고 의도적으로 이렇게 작품을 제작했을 것이다. 그러니까 다른 것에 눈이 팔려 정작 중요한 요소는 보지 못하는 인간의 허술한 모습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아닐까? 그림을 자세히 보자.
화면 중심에는 한눈에 봐도 귀공자 차림새이다. 허리띠에 달린 금장식을 비롯해 왼쪽 어깨에서 비스듬히 내려온 금메달과 왼쪽 바지 주머니에 무언가 귀금속 고리가 보인다. 오른쪽 점쟁이가 청년에게 무언가를 말하면서 손에는 은화인지 아니면 어떤 부적표시물인지를 쥐고 있다. 여기서 다른 해석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것은 점쟁이가 건네주는 것인지 아니면, 귀공자의 손바닥에 있는 복채를 집어가는 것인지 알쏭달쏭하다. 나의 판단으로는 점쟁이가 건네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귀공자가 복채를 주는 장면이라면 점쟁이의 손처럼 물건을 쥐고 있고 점쟁이는 받으려고 손바닥을 펴야 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것은 그리 중요하게 보이지 않는다. 아니, 이렇게 점쟁이가 손으로 청년의 시선을 가리기 위한 행동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미 청년의 눈은 오른쪽에 서있는 여인의 얼굴로 눈이 돌아가 있다. 아가씨도 눈은 청년의 얼굴로 향해있지만 손은 빠르게 메달을 집게로 자르고 있다. 그 반대편에서도 점쟁이와 이쁜 아가씨에게 정신이 팔린 틈을 이용해 왼쪽 바지주머니에서 귀중품을 소매치기하고 있다.
조르주는 성서에서 많은 주제를 뽑아 작품을 그렸지만 당시 프랑스의 일상생활을 그린 작품도 꽤나 있다. 이 작품은 일상생활을 그렸다기보다는 일상생활에서 볼 수 있는 작품을 모티브로 성서에서 술과 도박 그리고 사치(허영)를 경계하는 가르침을 우의적으로 표현한 작품으로 보인다.
이 작품은 잠깐 위작으로 몰린 적이 있었다. 원인은 집시 여인의 레이스에 아주 작은 글씨로 프랑스어로 저속한 욕인 메르드(Merde)가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1600년대 작품에 현대 프랑스어로 욕이 새겨져 있으니 당연히 위작이라는 주장이 나올만했다. 루브르 측은 이 작품의 안료를 세밀히 검사한 결과 욕을 쓴 물감을 제외하고는 모두 17세기에 사용하던 물감으로 판명되어 위작 시비를 벗어났다고 한다.
이 단어는 복원과정에서 복원사가 장난으로 써넣었을 것으로 보고 복원사를 추궁했지만, 당연히 복원사는 부인했다.
메트의 여러 전시를 비록 온라인상으로 뒤져보면서 여러 자료를 비교해면서 역시 메트라는 이름에 명성이 그냥 생긴 것이 아니라는 것은 새삼 생각하게 되었다. 다시 말하면, 메트로폴리탄의 이름에 권위와 세계인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미술관으로서 제대로 일하기 때문이다. 이것으로 만으로도 미술관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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