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립미술관과 문화콘텐츠 전문기업 가우디움소시에이이츠는 <앙리 마티스와 라울 뒤피 : 색채의 여행자들> 전시회를 선보입니다. 전시에는 앙리 마티스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재즈>를 비롯한 80여 점의 드로잉, 판화, 아트북과 라울 뒤피의 유화, 수채화, 드로잉, 판화, 아트북 등 180여 점이 출품되었습니다.
(제주도립미술관 홈페이지 기획전시 소개란에서)
이 전시를 공립미술관에서 해도 되는 건가요? 이상해요.
제주도립미술관에서는 23년 12월 12일부터 24년 4월 7일까지 앙리 마티스와 라울 뒤피 : 색채의 여행자들이라는 이름으로 소위 기획전시로 열리고 있다. 거의 5개월이나 열리는 전시이다.
그런데 기획전시라고 하는데 이상하다. 지난 23년 5월 2일부터 9월 10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라울 뒤피 : 색채의 선율이라는 제목으로 라울 뒤피의 전시가 열렸었다. 혹시나 싶어 전시되는 작품을 대조해 보니 어이없는 쓴웃음만 짓게 되었다.
고백하자면 제주도립미술관에 이 전시를 보려고 직접 방문한 사실은 없다. 하지만 지난해 예술의전당에는 방문했었기에 과연 어떤 작품인지 출품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제주도립미술관 홈페이지를 들여다봤다. 친절한 모습은 기대하지도 않았지만, 이것은 아예 시민 혹은 도민 아니면 일반인 눈은 무시하는 처사가 아닌가 의심이 들었다.
미술관에서 작품을 보여줄 때는 당연히 캡션이라는 것을 제시해야 한다. 아무리 홈페이지에 게재한다고 하더라도 정보를 찾는 사람입장에서 그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건 기본 중에 기본이다. 그런데 작품 제목 그것도 한글과 영어만 병기하고 다른 것은 아무것도 없다.
심지어 라울 뒤피 것인지 앙리 마티스 것인지, 작가의 이름도 표시하지 않았다. 보는 사람들이 다 알 거라고 생각한 건지, 아니면 아예 무신경인지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이해할 수 없다. 아니 이해할 것도 없이, 보고 싶은 사람만 보라는 심보인지.
라울 뒤피의 작품은 예상대로 예술의전당에 나왔던 작품과 같은 것이었다. 출품된 작품이 모두 동일한 것인지 아니면 몇몇이 교체된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면 뭐가 문제인가 하나씩 거론해 보자.
공립미술관이 상업행위를 주목적으로 하는 사기업(소위 기획사)과 함께 전시를 기획하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닐 것이다. 자체적으로 이런 유명 외국작가의 작품을 섭외하고, 보험 들고, 운송하고 하는 능력이 없다면 이런 기업들과 함께 일하면서 배워야 한다. 처음부터 이런 일을 잘하고, 경험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니까.
하지만 미술관이 무엇을 하는 곳인가? 창조 혹은 창작, 새로운 것, 기존에 있는 것이지만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하는 것 등등 무언가 그런 것을 보여주려는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 기본적인 의무가 있는 곳이다. 그럼에도 예술의전당에서 하던 그대로 그것도 홈페이지에 기획전시라고 버젓이 홍보하고 있는 자세가 한심스럽다.
"아니 그래서 앙리 마티스 작품을 라울 뒤피 작품과 함께 전시기획을 했는데요"라고 변명한다면 정말 제주도립미술관을 사랑하는 도민을 기만하려는 행위이다. 이 지점에서 더 경악할 수밖에 없다.
이미 위에서 소개했지만 다시 복사하면 " 앙리 마티스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재즈>를 비롯한 80여 점의 드로잉, 판화, 아트북" 이렇게 기재했지만, 앙리 마티스 작품은 영어 컷 아웃이라고 품 나게 표현하지만, 색종이 오려 붙이기 한 것이 전부다. 마티스가 나이 들고 몸을 움직이기 함들 때 기존의 작업을 재생산 한 행위일 뿐이다. 뭐 그리 대단하다고 떠들 일인가. 혹자는 다른 유명 작가들도 이런 것을 했다고 미주알고주알 가져다 붙였지만 아닌 건 아니다.
앙리 마티스 이름을 달면 무조건 훌륭한 작품인가? 아니다. 졸작도 많고, 쓰레기 통에 가까이 있는 작품도 있을 수 있다. 아무리 좋은 작가라고 해도 수작도 있지만 태작도 있고 졸작도 있는 것이다. 미술작품에는 무조건이라는 잣대는 없다.
싸지 않은 입장료를 받으려면 그만한 값어치 아니 그 보다 큰 가치를 주어야 사람들은 움직인다. 식당에서 10,000 원하는 점심을 먹어도 그보다 비싼 값어치해야 먹으러 가는 것과 별반 차이 없다.
한국 작가들, 제주도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의 작품은 거들떠보지도 않으면서. 앙리 마티스 하면 전부 눈감고 넘어간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안일한 것이다.
심하게 표현하면 이런 태도가 문화사대주의이다. 다른 게 문화사대주의가 아니다.
이 종이 붙이기 작품 말고는 판화와 아트 북이 전부다. 이것이 재즈라는 작품의 원본이라고 표기하고 있다. 직접 만든 것이라면 원본이겠지만, 이렇게 우기니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받는 것이다.
그러니까 드로잉, 판화, 아트북 통틀어서 80점이라고 표현한 것이 또 정직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라울 뒤피만 전시하면 상업전시를 한다고 비난받을까 봐(?) 앙리 마티스를 끼워 넣었다는 말이 된다.
앙리 마티스를 제주도립미술관에서 끼워넣기했다면 프랑스 사람들이 어떤 얼굴을 할지, 만약 박수근을 끼원허기 했다면 그것도 원화가 아니라 상품으로 복제한 것이라면 어떤 마음이 들지 상상해 보면 짐작이 갈 것이다.
사실 라울 뒤피 전시가 또 있었다.
라울 뒤피 전시는 예술의전당에서 열렸던 비슷한 시기에 서울에 있는 더 현대백화점 전시장에서도 열렸었다. 프랑스 국립현대미술관전 : 라울 뒤피 전시가 그것이다.
어느 작품이 좋은가는 취향의 문제이므로 건너뛰고, 최소한 전시 구성은 훨씬 좋았다. 라울 뒤피의 여러 작품뿐만 아니라 시기별로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게 구성되었기 때문이다. 파리국립현대미술관은 곧 우리가 잘 아는 퐁피두센터를 말하는 것이다. 그곳에서 가져온 작품이라는 것이다.
이것도 퐁피두센터에서 전시를 구성해서 전세게로 투어 하는 일종의 기획상품일 것이다.
그래도 이상한 것이 라울 뒤피 전시에 관한 제의가 왔다면 적어도 이런 전시도 검토하고 비교해봐야 하는 것은 아닌가? 서울에서 비슷한 시기에 열렸으므로 이미 그 이전에 접촉이 있었을 것이고 그렇다면 당연히 알아봐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비교가 될 전시를 굳이 했다는 것은 그 저의가 의심스러운 것이다. 아니면 정말 무신경이거나, 막무가내이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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