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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미술관 전시정보

모마(MoMA),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회고전에 있었던 일로 소송 걸리다

by !))*!))* 2024. 1. 27.

예술가 겸 연기자인 존 보나페데는 2010년에 뉴욕현대미술관(MoMA)에서 열렸던 세르비아 출신 행위예술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Marina Abramovich)의 회고전(The Artist is Present)에서 일하는 동안 남성 여러 명이 자신의 신체 중요 부위를 만졌으나, 미술관이 ‘합당한 시정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1월 23일 뉴욕주 법원에 소송을 냈다고 뉴욕  포스트 등이 보도했다.

 

 

사건의 내용

마리나 아브라모비치(Marina Abramovich)의 회고전 성격으로 열었던 <예술가는 현존한다>(The Artist is Present)는 그녀가 해왔던 행위예술을 재공연 하는 것으로 당시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킨 전시였다. 아브라모비치가 했던 다양한 행위예술 과정에서 생산된 소품과 기록물 그리고 사진, 비디오, 드로잉과 작품이 함께 전시되었다. 

 

여러 행위예술 중에서 모집된 연기자들은 해골이 포함된 인체 뼈 밑에서 알몸으로 누워있거나, 좁은  출입구 사이에 남녀가 나체로 40~50cm 간격을 두고 마주 서있는 퍼포먼스인 <측정할 수 없는 것>(Imponderabilia, 1977), 작가와 테이블을 마주하고 일반 관람객이 앉는 퍼포먼스(The Artist is Present)를 3개월 동안 진행하였다.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의 측정할 수없는 것 퍼포먼스 장면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의 예술가는 현존한다 전시가 열리고 잇는 장면, 모마 홈페이지에서 인용

존 보나페데는 1977년에 아브라모비치와 그의 애인이었던 울레이와 함께 했던  <측정할 수 없는 것> 퍼포먼스를 맡았다. 이 사건은 관람객이 나체로 서있는 남녀 사이를 비집고 이동하도록 동선이 짜여 있었던 탓에 일어났다. 

 

보나페데는  문제의 관람객들이 모마 경비원이 뻔히 보이는 곳에서 카메라가 퍼포먼스를 녹화 중인 가운데서도 자신을 만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보다 앞서 일을 했던 연기자가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서 있지 못했다는 이유로 해고됐기에, 어려운 상황에서도 움직이지 않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꼈다고 한다. 

 

처음에 이런 일이 일어났을 때는 보고하지 않았지만, 두 번째부터는 미술관 경비팀에게 이를 알렸다고 한다. 

 

보나페데는 소장에서 "이러한 성적 접촉의 유일한 목적은 원고를 무시하거나 학대하려는 것"이라며 "수년 동안 정신적 고통을 겪었으며 신체, 이미지 경력에 상당한 해를 끼쳤다"라고 주장했다. 이 소송은 2022년 한시적으로 제정된 '뉴욕주 성인생존자법'에 따라 제기됐다.  

 

성인생존자법(Adult Survivor Act)이란? 

22년 11월 24일에 발효된  뉴욕주 성인생존자법은 형사 공소시효가 끝난 성폭력에 대하여 고소장을 제출할 수 있도록 한다. 이 법은 5월에 통과되어 피해자에게 형사 공소시효는 끝났지만, 민사소송을 제기할 기회를 제공하는 법이다. 이에 뉴욕주 교도소에 수용되었던 수백 명의 여성이 오래전 성폭력을 자행한 교도관을 상대로 소소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 소송이 던지는 질문 혹은 의문

민사소송이라면 물질적으로 보상을 요구할 수 있는 법이라는 의미인데, 그러면 법으로 이길 수도 있다는 뜻일 것이다. 그런데 이미 공소시효가 끝났다면 시간이 많이 흘렀다는 의미와 같을 것이고, 그렇다면 많은 증거가 사라졌을 것이다. 물론 기록에 의한 증거가 있을 수 있지만, 성에 관한 것이라면 증언이나 증인  즉 사람의 기억에 의존하는 경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이는 개인적인 의견이다.

 

따라서 소송을 한다고 해도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소송 내용에 따라 원고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피고인 모마는 이런 사실을 인지하고도 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까?(경비원이 원고가 피해 사례를 알렸을 때 이를 미술관 상급자에게 보고했다면 말이다.) 자신보다 앞선 공연자가 움직여서 해고됐다는 원고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는 자원봉사자가 아니라 일정한 대가를 지급받기로 하는 계약을 했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렇다면 계약서가 있을 것이고, 계약서 내용에 이런 사항이 포함되어 있지 않았을까?(계약이나 계약서에 관한 언급이 없으므로 추측일 뿐이다.) 

 

계약서에 이런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미술관은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또 하나 어려운 판단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다. <측정할 수 없는 것>(Imponderabilia)은 아브라모비치와 그의 애인인 울레이와 초연했던 것이 1977년이다. 모마에서는 2010년에 다시 시연했으니 거의 33년이 지났다. 33년 전에 이 퍼포먼스를 봤던 관람객과 33년이 지나서 이 공연을 보는 관람객의 생각이나 행동이 같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충분히 더 많은 사회적 문화적 혹은 정치적 경제적 사건을 경험했을 것이고 적어도 간접 경험이라고 할 수 있는 언론매체를 통해서 뉴스를 보고 들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말하고 싶은 요지는 30년 전 사람은 순진했기에 아무리 퍼포먼스라고 해도 감히 손으로 만질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것도 남성의 중요 부위를 몇 번이나 가로지르며 휘적거릴 강심장인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럴 가능성,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말할 수 있는 세상이 아니다.

 

따라서 피고인 미술관은 이미 이런 일을 예상하고 당연히 일어날 일이었기에 반응하지 않았다고 추측할 수 있다.   

 

마지막 의문은 과연 원고는 13년이 흐른 지금에서야 소송을 냈을까? 형사 공소시효가 끝나지 않은 시점에 소송을 냈더라면, 민사소송과 동시에 진행애서 피고를 더욱 압박할 수 있어 이길 가능성이 더 높았을 텐데 말이다. 물론 오랜 시간 동안 고통이 누적되어 이제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하필 지금에서야.

 

추측이지만 원고는 보상이라는 것 이외에 또 다른 것을 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미국이나 우리나라나 성에 관련한 범죄는 나날이 과격해지고 빈번하게 일어나는 사건이다. 어쩌면 과거에도 빈도는 비슷하게 일어났지만 현대는 각종 언론매체가 발달하고 정보체계가 빠르기에 더욱 많다고 느끼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이런 범죄는 없어져야 하겠지만, 인간의 본성으로 따지면 반드시 그렇지도 않다고 생각된다. 

 

아주 위험한 생각이지만 인간의 본능은 그다지 아름답지 않다. 우리의 식욕, 성욕, 탐욕 등 이 '욕"이 붙으면 아름답지 않고 추한 부분도 많다. 따라서 아브라모비치는 이 퍼포먼스를 계획했을 때부터 이런 일을 예상하고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고의로 만든 것은 아닐까?

 

예술가의 상상력과 기획은 일반인의 생각보다 훨씬 기발하니까.   

 

 

 

 

마리나 아브라모비치(Marina Abramovich )는 누구인가?

당연히 이 작에 대한 기술이 있어야 마땅하지만, 여기서는 존 보나페데의 소송에 대하여 주목해야 하므로, 여기서는 모마에서 열렸던 당시 아브라모비치의 전시에 관한 설명으로 대신한다.

모마 홈페이지에 게재된 아브라모비치
모마 홈페이지에 게재된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의 "예술가는 현존한다"

이 퍼포먼스 회고전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유고슬라비아 : 유고연방이 무너지고 현재는 세르비아 , 1946년생)의 다작의 경력을 추적하며, 그녀의 초기 개입과 사운드 작품, 비디오 작품, 설치, 사진, 솔로 퍼포먼스 및 Ulay( 우베 레이지펜). 예술가의 존재감을 전달하고 그녀의 역사적인 공연을 더 많은 청중이 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이번 전시회에는 미술관 환경에서 다른 사람들이 아브라모비치의 작품을 라이브로 다시 공연하는 최초의 공연이 포함된다. 또한, 아브라모비치가 연주한 새롭고 독창적인 작품은 그녀가 단일 솔로곡을 연주한 기간 중 가장 긴 시간을 기록하게 될 것입니다. 관객 참여가 포함된 모든 공연은 미술관이 매일 개장하기 전부터 폐장할 때까지 전시 기간 동안 진행됩니다. 방문객들은 작품의 영원함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아브라모비치 작품의 연대순 설치는 미술관 6층에 있는 Joan and Preston Robert Tisch 갤러리에 전시되며, 그녀의 일시적이고, 시간 기반이며, 미디어 기반 작품을 표현, 문서화 및 전시하는 다양한 방식을 보여줍니다. 이번 전시에는 출판물 전반에 걸쳐 독자에게 안내하는 작가의 음성 녹음이 포함된 그림 카탈로그가 함께 제공됩니다. 전시 작품은 다음과 같이 재연됩니다.(아주 친절한 안내라고 생각 된다. 다만 영어 번역이 ...)

 

문화사회적(사회문화적이 아니라)인 이런 시사는 우리의 사고를, 관념을 반추하게 한다. 어느 쪽이 승소할지는 알 수 없지만 판사의 판결문은 기대가 된다. 일전에 있었던 조영남의 인터뷰 기사가 생각난다.

미술엔 규칙 같은 게 한 군데도 없다는 조영남 인터뷰에 대한 이의

 

미술엔 규칙 같은 게 한 군데도 없다는 조영남 인터뷰에 대한 이의

가수 조영남이 11월 7일부터 서울 세빛섬 애니버셔리에서 '이 망할 놈의 현대미술'전을 열면서 언론사와 한 인터뷰가 실렸다. 그중에 베토벤의 교향곡 제5번 운명에서 첫소리 계명을 예로 들면서

red-pig-11.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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