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해외 미술관 전시정보

ぼくは Lee Ufan(です)= 나는 이우환(입니다)

by !))*!))* 2024. 2. 8.

메트로폴리탄 미술관(The Met)에서 한국미술에 관한 전시인 계보: The Met의 한국미술(Lineages: Korean Art at The Met) 홍보영상과 함께 나란히 게시된 아티스트 프로젝트(The Artist Project: Lee Ufan) 영상에서 이우환 작가 목소리로 "ぼくはLee Ufan(です)= 나는 이우환(입니다)"가 첫소리이다. 그런데 이 말이 이상하게 들리는 건 나만 그럴까?
 

 

 

달항아리를 설명하며 처음 하는 말,  ぼくはLee Ufan

이 영상에서 이우환 작가가 출연해서 전시에 나오는 18세기 후반에 제작된 달항아리를 설명하고 있다. 첫소리로 들을 수 있는 말은 " ぼくはLee Ufan"이다. 이어 다른 사람이 영어로 '나는 캔버스와 조각 작업하는 작가이다'라고 이어진다. 이 첫소리를 들으며, 내가 이 말을 듣는 것이 당연한가?라는 생각이 스쳤다.
 
이우한이라는 작가가 일본 사람인가? 한국사람 아니었나. 이상하네, 왜 자신을 소개하는데 일본 말로 했을까? 이번 포스팅은 이런 궁금증으로부터 시작되었다.   

18세기 후반에 제작된 달항아리
달항아리, 18세기 후반, 38.7cm(높이), 33cm(배지름), 14cm(입지름), 12.4cm(굽지름)

달항아리를 자신의 관점으로 설명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별다른 이의가 없다. 그의 관점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관점이 그렇다고 하는데, 그것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할 이유는 없다. 그는 그대로 생각이 있을 것이고 또 다른 사람은 다른 관점이 있을 것이고, 맞다 틀리다는 잣대를 들이댈 일은 아니다. 다만, 그의 관점이 그동안 일본의 여러 학자들이 말해왔던 것과 그렇게 다름을 느낄 수 없다는 점이 아쉬울 뿐이다. (이 영상 내용으로 보건대 이우환 작가가 원고를 썼거나 혹은 설명하는 것을 토대로 원고를 만들어 영어로 읽은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자신의 음성으로 첫마디에 일본어로 자신의 이름을 말하는데 정말 어색하게 느꼈다. 이렇게 말하면 국수주의라고 단정할지 모르지만, 생각해 보면 그게 그렇지 않다.
 
한국미술을 소개하는 전시이고, 더욱이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한다고 하는 작가가 나와서 한국의 정서를 잘 드러내고 있다고 말하는 달항아리를 소개하면서 일본어로 첫마디가 나온다는 것은 무언가 잘못된 관점이 들어간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이우환 작가가 누구인가. 우리나라 단색화를 대표하는 작가로, 적어도 국내에서는 최고로 많은 작품을 옥션과 갤러리에서 거래되고 있는 작가가 아닌가? 2023년 서울옥션과  K옥선 그리고 이외의 옥션에서 낙찰된 총금액은 134억이 넘는다. 옥션에 출품된 238점에서 140점이 낙찰된 금액을 합친 숫자이다. 22년에 야요이 쿠사마의 1위 자리를 탈환한 것이다. 그만큼 이우환 작가가 우리나라에서 수집가 사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다시 말하면 생존작가 중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라고 말해도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작가인 것이다. 그런데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홈페이지에 일본말로 자신을 소개한다? 이것이 이상하지 않으면 무엇이 이상한가?

이우환 작가는 누구인가

이우환은 1936년 경남 함안군 군북면에서 태어났다. 외동아들이었던 그는 군북국민학교와 부산에서 경남중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상경했다. 서울사대부고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에 진학했다. 하지만 1956년 입학한 지 몇 개월 만에 일본으로 밀항하여 니혼대학교 철학과에 진학한다. 1961년 이 학교를 졸업했지만, 철학의 길을 포기하고 일본화 학원을 다니며 작가의 길로 들어선다.
 
쉽지 않은 작가의 길을 걸어갔지만, 그는 재일작가인 곽인식과 1969년 상파울루비엔날레 커미셔너인 김세중의 눈에 띄어 굵직한 미술관 전시에 추천받거나 비엔날레 한국대표로 참가하게 된다. 1969년 일본 미술계에 <존재와 무를 넘어서-세키네 노부오론>, <다카마스 지로-표현작업으로부터 만남의 세계로>를 발표하여 자신의 입지를 다지게 된다. 1971년 그동안 자신의 평론을 모아 <만남을 찾아서>라는 이름으로 평론집을 출판하였고, 이 책은 당시 국내에 있는 많은 작가들에게 영향을 끼쳤다. 지금은 단색화라는 용어가 많이 사용되지만 이 시기에는 모노크롬이라는 말로 하나의 커다란 트렌드를 형성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1970년대 초반 몇몇 국제전에 초대받았지만 일본 국적이 아니라는 이유로 거부되기도 하고, 이런저런 우여곡절이 있었다. 그러나 1973년 이본 타마미술대학 교수로 임명되고, 일본 유명화랑인 동경화랑으로부터 개인전을 초대받으며 작가로 이름을 알리게 된다.
 
작가의 입지는 점점 높아져 국내에서는 가장 그림이 잘 팔리는 작가가 되었고, 국제적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가 되었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이우환 작가의 위작 시비가 일어나더니, 결국 2016년에 위작시비가 일어나 긴 재판과정을 거쳤다. 이 과정에서 일반인들은 이해하지 못할 여러 정황이 있었다.

어쨌든 그럼에도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2023년에 상업화랑에서 거래된 작품을 제외하고 경매에서만 거래된 금액이  100억 넘는 작가가 바로 이우환이다. 그리고 최근 국립현대미술관은 '단색화 이후를 제시'할 것은 연구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할 정도이므로 그의 입지는 여전하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단색화 이후를 연구하려면 당연히 이우환을 연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韓작가 집중분석…'단색화 이후' 제시할 것'

문화 · 스포츠 > 문화 뉴스: “중요한 건 한국 아티스트의 역량이지만 이를 키워줄 수 있는 건 조직과 전략입니다.”지난 3년 여간 국립현대미술관(국현)은 ...

www.sedaily.com

 

 

 

다시 ぼくはLee Ufan로 돌아와서

현대미술 작품은 제작한 작가 자신을 표현하는 언어의 한 종류라고 할 수 있다. 그가 쓰는 말은 그 말을 쓰는 민족의 정신이고 정체성이다. 너무 당연한 것이지만 이것을 비약하면,  언어는 자신뿐만 아니라 민족의 정신과 정체성을 나타내는 매체이다. 따라서 현대미술 작품은 언어의 일종이라는 말과 같다. 이렇게 본다면  이우환 작가의 첫마디가 일본어라는 것은 이 정신과 정체성을 의심하게 만드는 것이다.
 
1970년 미국 솔로몬 R. 구겐하임 미술관이 <재팬, 아트, 페스티벌>이라는 기획에 이우환을 참여작가로 초대하려 했지만, 일본 측은 이우환의 국적이 한국이라는 이유로 거절했다.  
 
구겐하임 미술관은 이우환을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고, 당연히 거기서는 일본어를 사용했을 것이므로 일본 미술을 소개하는데 이우환을 초대하는 것에 문제의식을 전혀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일본 측에서는 이우환이 당연히 한국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므로, 그들은 이 문제를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을 것이다. 이 사건으로만 봐도 얼마나 언어가 중요하게 그 사람의 정체성을 드러내는지 알 수 있다. 어떻게 보면 문화야말로 나라와 민족의 경계가 없을 것 같지만, 현실은 어느 분야에 못지않게 견고하게 작용한다.       
 
21세기 인터넷으로 온 세계가 하나로 연결된 것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민족성을 강조하는 경향은 높아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 우리의 경우에도 이런 일은 흔하게 일어난다. 외국 갤러리가 한국 작가로만 전시를 여는 게 특별한 이유 혹은 은연중에 자랑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은 심정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새해 첫 전시회를 또 한국 작가로만 여는 외국 갤러리

새해 첫 전시회를 또 한국 작가로만 여는 외국 갤러리, 노스탤직스 온 리얼리티展 미술품 거래 시장의 새 얼굴들로 올해 첫 전시 여는 타데우스로팍

www.hankyung.com

이런 일은 우리에게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유럽이나 미국에서도 심하면 심했지, 우리보다 유연한 사고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착각하면 안 된다. 혹시 유럽이나 미국에서 한국의 아이돌 노래와 라면 그리고 김밥이 예전보다 인기가 높다고 하는 것은 그들이 우리의 정체성과 정신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다. 간단히 말하면 일상적인 것에서 벗어나, 처음 보는 신기하고 참신하게 보이는 것에 대한 호기심이다. 물론 문화 전파의 시작은 호기심부터이다.     
 
따라서 다시 생각하면 이우환 작가의 첫마디가 일본어라는 것은 예술, 미술이라는 측면이 아니라 사업으로 접근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도 돈을 벌어야 운영할 수 있는 것은 당연한다. 현대에서 예술보다 정신보다 돈이 앞서는 것은 무수히 많다. 자본주의를 이길만한 것은 없는 것처럼 여겨지는 세상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는 모르겠다. 추측이지만. 그래도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라는 세계에서 가장 이름이 높은 곳에서 운영하는 홈페이지에서, 그것도 모든 세계인이 볼 수 있는 인터넷상에서 첫마디를 일본어로 했다는 것에 맘이 상하는 것은 어쩔 수 없이 나도 한국인이기 때문이다.

https://www.metmuseum.org/perspectives/videos/2024/1/the-artist-project-lee-ufan

 

The Artist Project: Lee Ufan | Perspectives |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www.metmuseum.org

- 23년 내내 진행된 아티스트 프로젝트 중에 하나로 진행된 것으로 동시에 '계보 : 메트의 한국미술' 전시를 위해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 이우환 작가가 출품된 달항아리에 관해 자신이 보는 관점을 설명하고 있다.

 
- 메트로폴리탄에 게재된 이우환 아티스트 프로젝트 영상내용 개요
어딘가 불완전하다. 그것은 의도된 것인지 아닌지 우리는 알 수 없다. 반면에 18세기 중국도자기는 완벽해서 매우 비현실적이다. 일본 도자기도 완벽함을 추구하면서도 그 안에 휴머니스트를 불어넣고자 했다. 
 
한국의 미감은 중국과 일본의 중간에 있다. 이 달항이라가 그 미감을 드러내고 있는데, 완벽함이 아니라 불완전함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삶을 온전히 반영한다. 우리 삶은 변할 수 있고, 완벽하지 않다. 이것이 한반도 사람들이 삶을 바라보는 관점이다. 이런 태도가 우리를 더 개방적이고 자유롭고, 우리의 불완전함을 받아들일 수 있게 한다. 
 
일본어로 공기를 읽다는 표현이 있는데 주변 만물의 울림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인데, 달항아리를 만든 도공은 이런 개념을 온전히 담고 있다. 그는 불완전함을 통해 울림을 만들어내고자 했다. 저의 작업은 한 획을 긋고 나머지 캔버스 속 공간 그리고 작품 전체에 울림이 함께 만들어내는 감각을 원한다. 달항아리를 만든 도공 역시 나와 같은 것을 추구하고 있다. 
 
이 달항아리는 매우 여성적이다. 에로티시즘을 가지고 있고 동시에 부드러움을 불러일으킨다. 유럽미술에서는 비너스 여신상을 말하지만, 이 항아리는 비너스상처럼 여인의 관능적인 육체미를 드러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완벽하지 않고 불완전하고 비대칭적이라고 무시한다. 그러나 나는 이러한 불완전함이 우리로 하여금 만물을 무한한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고, 우리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Lee UFan on the Moon jar)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열리는 한국미술 전시소개는 아래에서 볼 수 있다.
 

 

Lineages: Korean Art at The Met -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Exhibition now on view at The Met

www.metmuseum.org

- 전시개요
메트로폴리탄의 한국 미술관(gallery) 개관 25주년을 기념하여 열리는 '계보 : 메트 미술관의 한국미술'은 메트의 수준 높은 소장품과 외국에서 대여한 중요한 한국의 근현대 미술작품과 함께 구성된 하이라이트 전시이다. 12, 13세기 청자부터 2000년대 미래형 사이보그 조각까지 역사적인 미술작품과 현대미술 작품을 병치한 이 전시는 선, 사람, 장소, 사물이라는 네 가지 주제가 서로 얽히면서 폭넓은 한국 미술역사를 보여준다. 30개 작품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시대를 초월해 반향을 일으켰고 예술가들을 하나로 묶어 온 것에 관한 대화를 조성할 것이다.
 
- 현대미술출품작가명단(출품작은 메트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음)
서세옥, 윤형근, 이우환, 권영우, 이불, 바이런 킴, 김환기, 이승택, 김홍주, 박수근, 이유태, 이종구, 백남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다시 보는 유럽 회화'에서 찾아낸 재미있는 작품

 

메트로폴리탄의 '다시 보는 유럽 회화'에서 찾아낸 재미있는 작품

메트로폴리탄미술관(The MET)은 뉴욕 5번가에 있는 갤러리 천창을 1억 5천만 달러를 들여 개조공사를 하고 전시를 열었다. 이 전시는 초기 르네상스부터 19세기까지 미술작품이 전시될 뿐만 아니라

red-pig-11.tistory.com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