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5일 해외 유명 공공립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박수근 이중섭 등의 작품이 위작시비가 일어났다는 기사가 보도되었다. 이에 대하여 사단법인 한국화랑협회가 로스앤젤레스카운티미술관에 질의서를 보낸다는 기사가 오늘 나왔다. 한국화랑협회에서 질의서를 보내는 것에 큰 기대는 없지만, 그보다 다른 무엇인가 필요한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은 든다.
"화랑協, 박수근·이중섭 위작 의혹 美미술관에 질의서 발송키로"(연합뉴스, 2024.04.05)했다는 기사를 보면 '한국의 보물들'(Korean Treasures from the Chester and Cameron Chang Collection) 전에 출품된 박수근 이중섭의 진품 확인 근거와 전시배경을 묻는 내용을 담아 공식 질의서를 로스앤젤레스카운티미술관(LACMA, 라크마)에 보내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이다.
박수근 이중섭이 이런 그림을?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 전시 위작 논란
근현대미술작품을 감정하는 한국화랑협회이므로 아무리 외국 미술관에서 전시한다고 하더라도 박수근, 이중섭의 작품의 진위에 관심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조금 더 생각해 보면 LACMA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기분이 언짢을 수 있지 않을까?
한국에 있는 민간단체인 화랑협회에서 공식 질의서라는 것을 보낸다고 그들이 대답할 의무도 없을 것이고, 그렇다고 한국화랑협회에 전시를 하기 전에 감정을 받아야 할 이유도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니, 어쩌면 한국에 근현대미술작품을 감정하는 곳이 한국화랑협회가 있다는 사실도 모를 것이다.
미술에 관심없는 한국사람도 그런 곳을 모를 것이고, 미술에 관심이 있다고 해도 감정이라는 것이 필요한 행위 인지도 모를 것이다. 아무리 미술에 대하여 많은 지식을 가진 미국의 공공미술관이라고 하더라도 한국 사정을 잘 모를 것이다.
이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해야 한다. 우리도 미국에 있는 화랑협회와 비슷한 단체를 모르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혹시 LACMA에서 대답을 친절하게 해 주면 다행이지만, 대답이 없다고 해도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닐 것이다.
다만, 한국화랑협회는 이번 일로 무엇이 부족해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면밀히 검토해봐야 한다.
예를 들면 박수근, 이중섭이라는 한국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려고 하는데, 작품 진위에 관한 확인을 위해서는 한국에서 권위 있는 곳을 찾아 의뢰해야 한다는 정확한 정보를 LACMA가 가지고 있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즉, 그들은 이런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았고, 한국에서 알아봐야 한다는 생각도 없었을 것이다.
이런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 어떻게 하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을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
지난 기사에서는 한국교포에게 기증받았고, 이를 중국미술 전문가와 상의했다는 내용이 잠깐 나왔으며, 전 국립현대미술관장이 직접 작품을 보았고, 위작일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제출했다는 내용도 있었다.
그런데도 LACMA 가 전시를 강행했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의 근현대미술 분야에서 신뢰와 권위를 갖춘 인사가 미국에는 알려지지 않았다는 말이 된다. 아니면 이런 능력을 갖추고 자문을 받아줄 수 있는 국공립미술관이 없다는 말과 같은 것은 아닐까?
사실 전 국립현대미술관이 실재로 작품을 보고 위작인 가능성을 제시했는데도 믿지 않았다는 것 자체가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긴 하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들에게 그만한 권위와 신뢰를 얻지 못하는 한국 미술계 혹은 미술시장이니 말이다.
아무리 경제가 발전해 경제 규모가 10위니, 반도체가, 자동차가, K-팝, K-드라마, 한류를 외쳐도 어쩌면 우리들끼리 듣는 공명일지도 모른다.
문화는 그렇게 쉽게 전파되지도 않고, 인정받기도 쉬운 것이 아니다. 긴 시간과 노력, 특히 진정으로 문화와 예술을 즐기고 사랑한다는 모습을 오랫동안 보여주어야 한다.
LACMA는 박수근, 이중섭이라는 작가가 한국 출신작가라는 것은 정보를 통해 알고 있겠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더욱 이런 노력은 필요하다. 어떤 노력이라고 하나를 딱 집어 해야 하는 것이 아닌 일이기에, 화랑협회는 더욱 잘 검토하고 찾아야 할 것이다.
그래도 화랑협회가 해야할 듯 보이는 일이기도 하지만, 혹시 아니한 만 못한 일이 될까 걱정은 된다. 적정한다고 바뀌는 것은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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