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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과 사회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조각과 스캔들을 일으킨 미술품 10점 - 3편

by !))*!))* 2024. 1. 10.

미술작품이 어처구니없는 스캔들(scandal)을 일으킨 경우는 수없이 많다. 이런 스캔들을 추문이라고 할 수 있으나 여기서는 관습, 관념에 대한 부정이라는 의미가 더 강할 것이다. 이런 일은 시대를 구분하지 않고 언제나 일어났다. 23년 3월 미국 미술평론가인 켈리 그로비어(Kelly Grovier)가 BBC에 기고한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조각과 스캔들을 일으킨 미술품 10점>에서 보여주고 있다. 이 글을 바탕으로 하여 어떤 작품이 스캔들에 있는지 소개하고자 한다.

 

 

 

5. 주디 시카고(Judy Chicago, 1939 ~), 디너파티 (The Dinner Party), 1979

다섯 번째로 언급한 작가와 작품은 주디 시카고디너 파티이다.

 

미국 작가 주디 시카고의 삼각형으로 구성된 연회 테이블은 여성이 역사(사포Sappho에서 버지니아 울프Virginia Woolf까지)에서 기여한 것을 기리기 위한 39개 식탁자리로 구성된 작품이다. 독창적이라는 점에서 인정받았지만, 한편으로는 충격적으로 저속하다는 비난도 함께 받았다. 이 작품은 손으로 그림을 그린 도자기 접시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중 다수는 여성의 성기를 꽃과 나비로 상징화해서 그려 넣었다. 영국의 현대미술가인 코넬리아 파커(Cornelia Parker)는 가디언(The Guardian)에서 "성기가 너무 많다"라고 비난하면서 "주디 시카고 자신의 자아에 관한 것이지 여성의 지위를 높이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주디 시카고의 디너 파티 1979년 작품
주디 시카고, 디너 파티, 1,463&times;1,463cm, 1974~79, 블루클린미술관 소장

디너 파티에 관한 글을 읽으며 드는 생각

남성과 여성의 성기를 표현했다고 비난받는 일은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다. 그러니 새로운 일이 아니다. 인류의 보물을 수집한 곳으로 불러도 손색이 없는 '바티칸박물관'에서는 수많은 남성 조각들에서 볼썽사나운 꼴을 볼 수 있다. 남성 성기를 모두 망치로 떼어내 처참하기 그지없는 조각상을 전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일을 벌인 것은 단지 '저속하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여성 중요 부위에 나뭇잎으로 가려놓은 작품도 서양미술작품에는 많다. 제작 당시에는 없었지만 이후에 그려 넣거나 붙인 것이다.

 

긴 역사와 전통(이라고 하기에는)을 가지고 있는 비난처럼, 접시에 여성의 성기를 그렸다고 디너 파티는 비난받았다. 더욱이 성기를 사실적으로 묘사한 것도 아니고 꽃과 과일 등으로 치환해서 그린 것을 여성의 성기를 그렸다고 벌떼처럼 달려들어 비난을 퍼부었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 그런 일 때문에 10대 스캔들 작품에 '디너 파티'를 선정한 것에 동의하기 어렵다.

 

간단히 말하면 조각은 그리스에서 처음 등장할 때 완전히 나체였다. 그것들은 인간을 위한 것이 아니라, 신을 위해 조각한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형상으로 신을 표현한 것은 그리스 사람들이 인간은 신을 모방해서 만들었다는 믿음 때문이다. 그렇게 나타난 조각은 여성도 아니고 남성 즉 청년이었다. 그러니까 비록 인간을 만든 것이 아니라 신으로 만든 것이지만, 남성의 중요 부분을 그대로 표현하고 그 전통은 이어져 왔다. 왜냐하면 아직 성서에 나오는 선악과를 먹지 않았기에 수치심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마치, 성서에서 이브가 뱀의 꼬임에 넘어가 선악과를 따먹고 난 이후 수치심을 알고부터는 인간의 중요 부위 가리기 시작한 것과 같은 일이 일어났다. 긴 서양미술 역사에서 이런 성과 성의 상징에 대한 논의는 지속적으로 있어왔다. 심지어 쿠르베의 '진실'이라는 제목을 가진 작품은 여성의 성기를 표현한 것이다. 전혀 어색하지, 이상하지 않은 인체의 한 부분을 그렸을 뿐이다.  

 

따지면 주디 시카고의 '디너 파티'는 오랜 시간을 들여 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자기로 10m가 넘는 구조물을 만들려면 많은 돈과 시간과 인력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그러니까 철저히 기획의 산물 혹은 성공한 의도라고 하면 지나친 억측일까. 단순히 인류사에서 소외된 여신과 여성 인사를 역사 속으로 끌어들였다는 점, 혹은 민감한 분야인 페미니즘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는 점, 또 무엇에 공헌하고 있을까?

 

미술에서 아니 예술이라는 의미와 목적에서 디너 파티라는 작품이 가지는 공헌은 무엇일까? 대형작품으로 여러 작업자가 협업했다, 제작 방법이 주로 도자형식이다. 하여튼 동의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단지 비난을 받았다는 이유로 좋은 작품일 수 없으며, 전 세계에 돌아다니며 수많은 사람들이 보았다고 해서 훌륭한 것은 아니다. 이런 부분이 예술 창조의 목적 혹은 의지가 아니다.

 

 

우리는 21세기에 산다. 이제 최소한 예술과 현실을 분간할 수 있는 교육적, 인지적, 사회적 관점이 꽤나 수준 높은 시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 주위에는 문화 천박증을 상기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불과 얼마 전에 일어나 경복궁 돌담 낙서테러 사건도 이와 같다. 이러한 문화테러를 당하는 것은 경복궁 돌담 자체가 훌륭해서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경북궁 낙서 사건에서 보는 예술에 관한 일반적 의식

경복궁 낙서 테러 모방범은 자수했고, 최초 낙서 테러범은 누군가 돈을 주겠다는 말을 믿고 두 차례에 나누어 10만 원을 받고 이번 일을 저질렀다고 한다. 몇 년 전 방송에서 커다란 불길이 휩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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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디 시카고와 <디너 파티> 작품에 관하여 

주디 시카고는 미국 시카고에서 태어나, 8살 때부터 미술관에서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고 한다. 1962년부터 64년까지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학교에서 회화와 조각을 공부했다. 1970년 프레스노 주립대학에 최초로 페미니스트 미술프로그램을 개설하였고, 이듬해 미림엄 샤피로와 함께 발레시앙의 캘리포니아 미술학교에 페미니스트 미술과정을 설립하였다. 이후에는 1974년부터 79년까지 그의 대표작인 디너 파티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역사를 통틀어서 높은 업적을 쌓은 여성을 초대하여 식탁과 식사를 준비하고 여성의 관점에서 최후의 만찬을 재해석한 것이라는 주디 시카고 설명이다. 삼각형 테이블에 한 면에 13명씩 모두 39명의 여성 손님을 초대한다. 손님들의 이름을 새긴 식탁보와 접시 수저 세트를 준비해 두었다. 식탁 안에 바탁 타일에는 999명 여성 명단이 추가로 새겨져 있다. 

주디 시카고 디너 파티의 일부분
주디 시카고의 디너 파디에서 비옥한 여신을 표현한 부분
여성성을 사징하는 꽃과 과일을 그려넣었다.
접시에 여성을 상징하는 꽃과 과일을 그렸다.

6. 리차드 세라 Richard Serra, 1939~ , 기울어진 호, 1981

1989년 상징적인 벽들이 무너졌다. 베를린 장벽을 망치로 두드리기 8개월 전 3월 15일 밤 건설  노동자들이 뉴욕에 있는 페더럴 플라자(Federal Plaza)에 있는 높이가 36m인 조각들을 잘랐다. 이 강철 장벽은 8년 전에 세워진 이후부터 갖가지 반대 목소리를 불러일으켰다. 미국 현대미술가 리처드 세라의 이 작품은 테러리스트, 해충, 악인들에게  피난처를 제공한다는 이유로 재판에 참석한 배심원단은 조각품을 철거하고 창고로 옮겨야 한다고 판결했다. 

리차드 세라 기울어진 호
리차드 세라, 기울어진 호, 철판, 1981
리차드 세라 페더럴 광장에 세워진 세라의 작품
리차드 세라의 기울어진 호 앞에 서있는 관람자

배심원의 통쾌한 승리

시야 확보와 자유로운 통해권이 예술을 승리한 사례이다. 예술이 아무리 독창성이 뛰어나다고 해도 우리들의 자유로운 통해을 방해할 권리는 없다는 주장에 한 표를 던진다. 개인적으로 리차드 세라의 작품이 현대미술의 본보기라고 생각하지만 넓은 광장에서 우리들의 눈을, 시야를 방해해도 된다는 권리는 없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배심원은 이런 나의 좁은 소견에 동의한 것이 아니라, 위 기사에서 제시된 이유뿐만 아니라 광장에서 누구나 누려야 할 자유로운 통행권을 방해한다는 생각 때문에 이 작품을 철거하라는 판결을 내렸을 것이다. 돌아간다는 것이 보통은 짜증 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런 공공조각물에 대한 대중의 심판은 꽤나 날카롭게 작용한다. 때로는 말이다. 얼마 전에 서울역 앞에 신발로 만든 공공조형물이 얼마 못 가 철거한 것도 비슷한 일일 것이다. 여행을 가기 위한 출발지로 서울역 앞에, 신발을 신고 여행을 간다는 개념으로 온갖 신발을 모아 마치 쓰레기처럼 보이는 신발 산() 조형물을 설치했다라고 초보적인 생각으로 이해했지만, 대중은 적극적이고 원초적으로 해석했다.

 

그 해석은 '그곳에서 악취가 날 것 같다'는 비판이었다. 모 평론가가 나서서 몰지각한 대중의 평가라고 하면서 그 조형물을 옹호했지만, 결국 얼마 버티지 못하고 철거당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일은 많이 일어난다. 우리나 미국이나 사람들 생각은 비슷한가 보다.  

 

 

 

 

리차드 세라

조선공의 아들로 태어난 리차드 세라는 1966년 뉴욕으로 이주했다. 세라도 로버트 라우센버그처럼 블랙마운틴 아카데미를 설립한 요셉 앨버스에게서 미술공부를 했다. 세라는 미니멀 조각을 대표하는 도널드 저드와 미국 추상표현주의 조각가인 로버트 스미스슨과 교류했다.

 

그의 작품의 특징은 특정한 시간과 장소를 염두에 두고 작품을 제작했다. 특히 70년대부터 철판을 재료로 한 작업을 발표했다. 거대한 철판을 공공장소에 설치하여 관객들에게 위압감을 주는 형식을 취하곤 했다. 대표적으로 빌바오구겐하임을 개관했을 당시 실내에 리차드 세라의 거대한 작품을 설치하여 그 사이로 관람객이 지나가는 장면을 연출한 것이 그 이유이다. 

리차드 세라의 작품
빌바오 구겐하임 개관 당시에 설치되었던 리차드 세라의 시간의 문제(The matter of Time)

그는 의도적으로 관람객의 생각 혹은 감상에 참여를 유도하여 여러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기울어진 호>가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조각과 스캔들을 일으킨 미술품 10점 - 1편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조각과 스캔들을 일으킨 미술품 10점 -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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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란젤로의 다비드 조각과 스캔들을 일으킨 미술품 10점 -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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