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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과 시장

176회 서울옥션 결과 보고 (2023. 12. 19)

by !))*!))* 2023. 12. 20.

12월 19일(화, 오후 4:00)에 열었던 서울옥션 근현미술품 경매는 출품작 51점 중에서 31점 낙찰되었다. 낙찰가는 추정가의 가장 낮은 금액으로 낙찰된 작품이 대부분이었으며, 추정가를 넘긴 작품은 이배(무제, 아크릴릭, 194×260cm, 2014) 작가의 단 한 점에 불과했다. 다만, 이우환, 박서보 등 단색화가로 분류된 작가의 작품은 추정가의 중간 정도로 낙찰되었다.

 

 

 

서울옥션 도록 표지
176회 서울옥션 도록 표지

176회 서울옥션 경매 결과에 대한 짧은 보고서

미술시장이 활발하게 움직였을 때 많은 젊은 작가의 작품이 눈에 많이 띄었으나 이번 경매에서는 모두 사라졌으며, 매번 옥션에서 만날 수 있었던 작가의 작품이 대부분이었다. 이우환 작품은 판화 3점, 도자기 1점,  유화 1점이 출품되었으나 유화는 유찰되었다. 

 

박서보의 작품은 6점이 출품되었으나,  4점 낙찰되었다. 가장 높게 낙찰된 작품은 2009년 묘법 시리즈로 추정가 5.8억 원에서 9억 원이었지만,  최종 낙찰가는 5.8억 원으로 추정가의 가장 낮은 금액이었다. 다만 눈여겨볼 만한 것으로는 70~80년대 천 위에 유화물감을 바르고 연필 같은 것으로 그은 묘법 시리즈가 낙찰되었다는 점이다. 추정치보다는 높게 낙찰된 것은 아니지만, 작품 크기가 6호, 40호로 비교적 작은 작품임에도 꽤 높은 가격으로 낙찰되었다는 점이다. 참고로 6호 크기는 1.65억 원, 40호는 3.7억 원에 낙찰되었다. 

 

이제 중견작가라고 불러도 어색하지 않고, 옥션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작가 윤병락과 이세현의 작품이 낙찰되었다. 윤병락이 극사실주의 기법으로 그린 사과와 이세현이 상상으로 구성한 붉은 산수는 대중에게 꽤 인기가 지속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탄탄한 화면 구성과 치밀한 필력이 대중에게 인기를 끄는 요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유찰된 장욱진 작품에 관해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가장 진지한 고백: 장욱진 회고전>( ~ 2024.01.12)이 열리고 있어  개인적으로는 높은 가격으로 낙찰을 예상했으나 유찰되었다. 장욱진의 작품과 전시에 관해서는 아래의 글을 읽어보시길 바란다.

 

가장 진지한 고백: 장욱진 회고전(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평생, 그림 그리는 일과 가족을 사랑하는 일에만 열중하던 장욱진은 '심플'(단순)이라는 말로 자신의 작품세계를 표현했다. 대부분 자신이 자유로이 운용할 수 있는 30, 40㎝ 넘지 않는 크기로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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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장욱진이 작고(1990)하기 3전 전에 그린 작품으로 추정가는 1.7억 원에서 2.8억 원이었다. 60~70년대 작품보다는 치밀한 필력과 세심한 구성이 다소 미약해 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말년에 제작한 작품 중에서는 수작으로 여겨진다.

장욱진이 1987년에 제작한 길이라는 유화 작품이다.
장욱진, 길, 캔버스에 유채, 35&times;35cm, 1987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아주 단순하게 화면을 3분의 2지점에서 나누어 위쪽에는 산과 하늘을 아래쪽에는 넓게 땅을 그렸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의 대표적인 소재인 가족과 집을 등장시킨다. 언제나 그의 작품을 감상하면서 느끼는 점은 매번 비슷한 소재이지만 지루하거나, 작다고 느껴지지 않는 점은 그의 절묘한 화면 구성력과 색채의 사용법에 있다.

 

또, 화면 구성은 좌우가 거의 비슷한 면적과 구도를 가지게끔 분할하였다. 똑같지도 완전히 다르지도 않다. 하지만 절묘하게 양쪽이 균형을 이루도록 한 작가의 예리한 감각을 엿볼 수 있다. 이런 지점을 감상할 수 있다면 보다 작품과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색을 사용하는 방법에 있어서도 그냥 캔버스에 유화를 칠하는 방법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화면에서 자신만의 분위기를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색을 사용한다. 보통은 하얀 바탕에 색을 칠한다 즉 메꾼다는 방법으로 색을 사용한다고 생각하지만 훌륭한 작가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화면의 분위기와 공간감과 색의 조화 등등 수많은 고민을 하면서 색을 사용한다. 이런 지점에서 감상자가 만약 자신이 붓을 들고 색을 칠한다면 어떻게 할까 생각하면서 작품을 감상한다면 감상의 기쁨은 배가 될 것이다.

 

하지만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낙찰되지 않았다. 지금은 모두 경제사정이 어려운 시기라고 하기에 유찰되기는 했지만 긴 안목으로 본다면 보다 높게 가치를 인정받을 것이 분명하다.    

 

 

 

숨가쁘게 호가하더니 바로 낙찰된 최종태의 작품 

조각각 최종태는 충남 대덕에서 태어났다. 6.25 한국전쟁 중에 서울대학교 조소과를 입학하여 1958년에 졸업했다. 대학에서는 조각가 김종영과 화가 장욱진에게 배워 이들에게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1967년 이화여자대학교 전임강사를 거쳐 1970년에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교수로 이직하면서 1998년 정년퇴임까지 근무하였다.  

 

최종태의 목재로 깍은 얼굴&#44; 연도미상
최종태, 얼굴, 목재, 30.8&times;24&times;57.6(h), 연도미상

그는 대학생 시절 불교에 심취하였으나 졸업 후에는 천주교 신자가 되었다. 종교와 관련한 작품은 1970년대부터 시작하여 80년대에 본격적으로 제작하였다. 그의 작품의 특징은 단순, 정지, 정면 이렇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90년대 이후부터는 단순화되어 절제미가 돋보이는 작품을 주로 발표하였다.

 

이 작품이 눈에 들어온 것은 재료가 목재라는 이유 때문이다. 최종태 작가가 대리석 혹은 브론즈로 제작한 작품이 많지만 이처럼 목재로 제작한 작품은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김경승의 <소년입상> 작품을 언급하면서 재료가 청동인 작품에 대한 문제점을 언급했다. 

 

김경승 소년입상 조각으로 본 미처 깨닫지 못한 문제

김경승(1915~1992)은 김복진, 윤효중, 권진규 등과 함께 근대미술기에 등장한 조각가이다. 서양식 조소기법을 소화해 낸 그의 초창기 작품은 여타 근대기의 다른 조각작품들처럼 대부분 소실되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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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동 조각상이 가질 수 있는 문제점을 원천적으로 배제한 이 작품은 작가의 창조성(originality)을 고스란히 감상자가 느낄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 작품은 경매장에서 빠르게 호가되어 순식간에 낙찰되었다. 추정가의 최저치를 넘어 3.1천만 원에 낙찰되었다.

 

이런 상황으로 짐작하건대 작품수집가도 브론즈 조각상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는 듯 보였다. 앞으로 조소라는 장르의 발전을 위해서는 작품을 보다 면밀하게  관리한다면 상황은 반전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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