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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일개미 Z-4195 - 왜 그림을 사는 거지 2

by !))*!))* 2024. 6. 26.

‘동물의 왕국’이라는 TV 프로그램이 있다. 여러 동물의 신기한 생활을 볼 수 있어 재미있다. 초원을 누비는 사자나 정글 속에 무서운 눈을 부라리는 호랑이 이야기도 재미있지만, 작은 곤충들의 이야기는 더 재미있다.

 

특히 개미들이 자신들만의 사회를 구성하면서 살아나가는 이야기는 많은 것을 깨닫게 하기에 유익하기까지 하다. 개미사회는 다양한 직업을 가진 구성원으로 짜여 있다. 하지만 이들의 직업은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태어나면서부터 여왕개미, 수정만을 위한 수개미, 일개미, 병정개미, 애벌레를 돌보는 보모개미 등 역할이 이미 정해진다.

 

개미사회는 각 개인의 임무가 철저히 수행될 때, 전체사회가 생존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각 개미들은 항상 열심히 일한다고 알고 있다. 과연 그럴까. 개미가 생존하기 위해서 자신의 역할을 반복하거나, 열심히 일만 하면서 살아가고 있을까.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어느 학자가 개미사회를 간단히 소개한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거기에는, 개미는 ‘항상’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하루 중 절반 이상은 빈둥거린다고 쓰여 있었다.

 

특별한 목적도 없이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이 친구 저 친구 집적거린다는 것이다. 어렸을 때 줄지어 어딘가를 열심히 가는 개미를 보면서 ‘아, 정말 열심히 일하는구나!’라고 생각했던 내가 개미사회를 잘못 이해하고 있었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게 되었다. 나를 더욱 놀라게 한 것은 휴식시간에 개미는 코앞에 있는 먹이도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개미는 나름의 분명한 이유가 있어서 이런 행동을 할 것이다.

 

열심히 일한 뒤에는 휴식이 필요하다는 것은 상식이다. 이런 상식이 개미사회에도 통용이 되고 있는 것일까. 이것을 알아보기 위해 그 학자는 실험을 했다. 자신이 맡은 일을 마치고 난, 그래서 쉬려는 일개미를 잡아 유리병에 가두어 놓는다.

 

또 다른 일개미는 충분히 놀 수 있도록 한다. 즉 한쪽은 행동을 제약하는 것이고, 또 한쪽은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며칠 뒤에 이 개미들을 그들의 둥지에서 멀리 떨어진 장소에 갖다 놓고 이들의 행동을 살핀다.

 


이 관찰에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자유롭게 행동을 할 수 있었던 개미는 쉽게 자신의 둥지로 찾아오지만, 유리병 속에 갇혔던 개미는 자신의 둥지를 찾아 이리저리 헤매기만 하다가 결국은 찾지 못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휴식시간을 충분히 누리고 즐긴 개미와 달리 유리병에 갇혀있던 개미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그렇다면 개미는 자유시간에 무엇을 할까. 무엇을 했기 때문에 낯선 장소에서도 쉽게 자신의 둥지를 찾을 수 있었을까.

 


열심히 일하고 난 개미는 휴식을 취하면서 옆에 있는 개미와 수다 떨고, 열심히 일하는 개미를 집적거리기도 하고, 둥지의 주변을 이리저리 돌아다니기도 한다. 또 이 친구 저 친구에게 여기저기 소식을 전해주면서 자신들이 속한 사회의 정보를 공유하도록 한다.

 

이런 행동은 생산적인 일이 아니다. 노는 것이다. 놀면서 하는 이런 행동은 자신을 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적응력을 키우며, 또 각 구성원에게 문화를 공유하고 유지해 갈 수 있는 능력을 만들어 가는 과정인 것이다. 이런 적응력과 능력은 일하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놀면서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제대로 휴식을 취한 개미는 쉽게 자신의 둥지를 찾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솝우화에 나오는 개미처럼 열심히 일만 하는 일개미는 혼자서는 잘 살지는 모른다. 하지만 개미사회를 구성하는 일원으로 이솝우화 개미는 빵점이다. 사회는 혼자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여럿이 모여 만든 다양한 문화가 혼합된 곳이다. 그런데도 이솝우화에 나오는 개미를 비유하면서 항상 열심히 일해서 혼자 살아야 하는 세상인 것처럼 우리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가르친다.

 

그리고 남보다 뭐든지 잘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공부도, 음악도, 미술도, 노래도 만능의 아이들이 되기를 원한다. 이렇게 자란 아이들은 옆 친구들과 제대로 놀 줄 모르기 때문에 남을 배려하는 마음은 거의 없고, 남과 의사 소통하는 능력은 더 시원찮다. 그래서 우리 사회의 ‘개인 이기주의’는 확산되고 있는지 모른다.

 


놀이행위는 적응력뿐만 아니라 창조력과 상상력도 키워낸다. 일개미와 전투개미가 모여 사는 개미나라 이야기를 소재로 한 영화 『개미』는 이러한 예를 잘 보여준다. 일개미인 ‘Z-4195’는 평생 땅이나 파고 흙이나 옮기며 살아야 하는 자신의 처지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미 정해진 신분과 주어진 일만 해야 하는 고정된 삶이 불만이었다.

 

 

 

디즈니 영화 개미

 

 

 

Z-4195는 술집에서 친구인 전투개미 ‘위버’를 만나 신세 타령을 늘어놓다가 옆에서 떠드는 주정꾼의 말을 우연히 듣게 된다. ‘이 개미나라 바깥에는 개미천국이 있다. 거기는 먹을 것도 넘쳐나고, 모든 개미가 평화롭게 살 수 있는 파라다이스가 있다’는 것이다.

 

그때 마침 술집에 놀러온 개미나라 공주인 ‘발라’를 만나고, 여차 저차 해서 Z와 ‘발라’ 공주는 그리고 전투개미 ‘위버’와 함께 술 주정꾼에게 들었던 파라다이스를 찾아 나선다는 줄거리를 가진 만화영화이다.


Z는 자신이 처한 상황에 만족하지 않고, 꿈을 가지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행동을 하는 일개미였던 것이다. 만약에 Z가 자신의 일에 만족하고 자신의 미래와 자신이 알지 못하는 또 다른 세계에 대한 동경과 꿈을 가지지 않았더라면 개미나라는 멸망하고 말았을 것이다.

 

꿈을 가지고 산다는 것은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자신의 미래에 관심이 없는 한 발전이란 없다. 자신의 일에 완전히 만족하는 한 새로운 도전과 창조정신은 찾아볼 수 없다. 그렇다고 무조건적인 불만과 불평이 여기에 속하는 것이 아니다. Z는 바로 앞을 내다보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보면서 꿈을 가지고 살았던 것이다.

 


20년 전 W이론으로 유명했던 이면우의 교수의 책 『신사고 이론 20』에 ‘사회 공적론’이 나온다.

 

우리 사회의 발전을 가로막는 세 가지 부류의 사회 공적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무식한 사람이 부지런한 경우’라고 꼽는다. 이런 부류의 사람은 남들이 빈둥거리는 꼬락서니를 참지 못한다. 무조건 열심히 일해야 하고, 또 어이없게도 언제나 바쁘게 일해야 한다고 믿는다. 이런 부류가 가지고 있는 문제는 시키는 일만 열심히 하는 수동적인 자세를 갖는다는 것이다.

 

자신이 지금 해야하는 일에 대한 정확한 의미와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목표와 계획 그리고 목표를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 방법, 그것이 이루어졌을 때의 효과와 영향, 또 새롭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대비책 등과 같은 종합적인 계획 없이 무조건 시키는 일만 부지런히 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 대부분은 문제를 불러일으킨다. 주먹구구식으로 시작된 일은 분명히 불협화음을 일으키기 마련이고, 결국에는 용두사미가 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이 있었는가. 계획이 없는데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어떤 일이던 분명한 계획과 목표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일을 하면서 신이 나야 한다. 즉 일에 몰두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창조력이 생겨 일의 능률은 수직으로 상승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신나서 일한 뒤에는 반드시 충분한 휴식이 필요하다.

 

이렇게 일을 할 줄 알고 휴식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은 주위를 볼 줄도 안다. 뒤도 돌아보고 앞을 내다볼 줄 아는 것이다. 자신이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분명하게 인식하면서 자신의 삶과 사회를 진지하게 탐구할 줄도 안다.

 


이런 마음과 자세를 갖추고 있는 사람은 스스로의 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방법도 안다. 이들은 책도 많이 읽고 그림도 볼 줄 알고, 음악도 감상하면서 자신의 삶을 즐길 줄도 안다. 그리고 가끔은 그림을 사는 호사도 누린다. 인생을 제대로 일하고, 즐기고, 놀 줄 아는 것이다.

 

 

 

누가(왜) 그림을 사는가? - 왜 그림을 사는 거지 1

그림을 구입하는 것은 아름다움을 스스로 확인하는 일이면서 동시에 작가들에게 생활을 유지하고, 또 다른 작품을 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말하자면 예술가를 후원하는 일이다.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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