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동전에 새겨진 움베르토 보치니의 조각

움베르토 보치니(Umberto Boccioni, 1882~1916)의 조각, <공간을 움직이는 유일한 형태>(1913)는 현대의 속성인 힘과 속도의 가능성을 시각화한 작품이다. 이 혁신적인 창의성을 이탈리아는 인정해 자국의 20센트 동전에 이 작품을 새겨 넣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비트루비우스적인 인간>을 1유로 동전에 새겨 넣은 것처럼 말이다.

 

 

 

보치니 조각이새겨진 이탈리아 20센트

 

미래주의와 움베르토 보치니의 창의성

20세기 초 이탈리아는 우울했다. 로마의 영광은 추억이 되었고, 20세기 선진기술에 뒤처져  있었기 때문이다. 위기의식을 느낀 이탈리아 미술인들은 "사모트라케 여신보다 달리는 자동차가 아름답다"라는 구호 아래  미래주의(Futurism)를 선언한다. 그들은 '힘'과 '속도'를 20세기의 산업과 기술의 승리라고 선언했다.

 

미래주의는 힘과 속도를 표현하기 위한 자신들만의 방법을 동원했다. 움베르토 보치니의 조각, <공간을 움직이는 유일한 형태>는 그 방법을 보여주고 있다.  조각은 언제나 한순간 정지된 시간만을 표현할 수 있다. 보치니 이전에는 그렇게 생각했고, 그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그러나 보치니 생각은, 조각은 움직임을 일순간이 아니라 순간, 순간이 겹쳐진 연속된 시간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연속된 움직임을 한 공간에 겹치게 하면 힘과 속도감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이런 믿음과 확신이 자신만의 조각을 만들게 되었고, 그의 작품은 오늘날에도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보치니, 공간을 움직이는 유일한 형태, 1913

 

보치니의 조각은 전통적 기준에서 보면 결코 아름다운 작품은 아니다. 그렇다고 그의 예술정신마저 아름답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의 조각은 영화 메트릭스에 나오는 APU나 공각기동대에 나오는 로봇과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 1913년에 제작된 작품이니 아마 이들 영화에 나오는 로봇의 원형태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듯하다.

 

공기 흐름 속에서 인체가 연속적으로 움직여 만드는 형태의 변화를 한 물체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이런 사실을 알지 못하면 보치니 조각은 결코 제대로 이해할 수 없고, 감상할 수 없다. 눈으로 본다는 것으로 아는 미술도 사실을 공부해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조각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그저 문화적 소양이 부족한 정도로 끝날 일이지만, 내가 사는 세상의 변화를 모르고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그렇게 쉽게 끝나는 일이 아니다.

 

 

 

21세기 정보산업시대에 가져야 할 자세

21세 초입 정보시대를 넘어 20년도 더 흐른 지금은 '정보산업시대'이다. 이제 산업시대를 넘어 정보시대를 거쳐 정보산업시대가  되었지만 이에 대하여 말하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이런 말을 여기저기서 들으면서도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앞으로 어떤 변화가 올 것인지 아무런 관심도 흥미도 없는 사람이 많다.  

 

이런 우리는 당연히 준비도 대책도 없다. 우리는 배움의 자세를 잊어버렸다. 배움이라는 것은 졸업장을 받는 동시에 학교에 두고 나오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다.

 

세상은 변화하고 또 변하고 있지만, 우리의 생각은 세상의 변화에 작용하지 않는다. 그저 십 년 전, 수 십 년 전에 배운 짧은 지식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정보시대를 재단하려 한다. 우리들 앞에 서서 나가는 사람들의 조언과 충고를 들으려 하지 않는다. 고정관념의 울타리 속에서 세상의 변화를 판단하려 한다. 세상은 여전히 자신이 생각한 대로 움직인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정보산업시대에 적합한 것을 배워야 한다. 잊었던 배움의 자세를 찾고, 세상의 흐름을 다시 읽어야 한다. 배운다는 것은 지식을 쌓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열어 세상의 변화에 적응하는 것이다. 

 

현대인의 모습을 상징하는 조각 2023.11.02 - [분류 전체보기] - 정보가 돈이 되는 시대에 우리를 표상한 류인의 조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