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뉴 밀레니엄 시대는 정보화 시대가 될 거라 순진하게 예상했다. 하지만 이런 예상을 넘어 이십 년도 더 흐른 지금은 정보가 돈이 되는 시대 즉 '정보산업시대'로 진입했다. 정보를 창출하거나 가공하기 위해 온갖 물질적, 정신적 투자를 쏟아붓는 우리, 현대인은 그럴수록 나약한 모습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마치 이 시대에 우리를 표상한 류인의 조각처럼 말이다.
2023년 정보가 돈이 되는 시대에 우리
뉴 밀레니엄 시대를 맞이했던 지구는 온갖 행사로 밝은 미래가 올 것이라고 장밋빛을 그려냈지만, 시간이 지난 지금 우리에게는 결코 그렇게 느끼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우리들은 약하고 약한 존재가 되었다. 내 인생의 주체자로, 내 가족의 가장으로, 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 살아기기 힘든 시대가 되었다고 많은 이들은 느낄지 모른다.
이렇게 떨어지는 정신적 빈곤한 감정은 육체의 물리적 허약함끼지 몰고 왔다. 뉴 밀레니엄 시대 이전인 산업시대에는 당당했던 가슴과 팔다리의 근육은 퇴화되고, 가느다란 핏줄만 피부에 돋아나 있음을 보게 된다. 오히려 울룩불룩한 근육을 살짝 경멸하는 분위기도 있는 시대가 되었다. 이런 분위기는 몸을 만드는 정보와 상품이 돈이 되는 역설의 시대가 되었다. 정보가 돈이 되는 시대로 전환한 것이다. 역설과 모순이 공존하는 시대가 바로 정보가 돈이 되는 사회의 특징으로 보이기도 한다.
우리를 표상한 류인의 조각
한없이 나락으로떨어지는 인체가 있다. 온몸에는 힘이 하나도 들어있지 않아 축 처져 있다. 군더더기 없는 몸은 아름다워 보이기까지 한다. 어떤 저항도 없이 세상의 것을 버리려는 몸짓이다. 현대인의 모습 그대로이다. 이 조각을 만든 류인(1956~1999)은 이 작품을 발표하고 몇 년 뒤에 간경변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이 작품과 달리 다른 작품들에서는 인체에서 느낄 수 있는 강한 힘을 드러내고자 한 조각가였다. 작가의 몸은 가날프고, 키도 작은 그래서 그가 주로 만든 작품과는 아주 거리가 있는 모습을 지닌 조각가였다. 그가 남긴 작품은 대부분 남성적인 힘을 드러낸다. 남성이 가지고 있는 폭발적인 힘의 분출을 시각화했다. 그는 몸의 근육과 자세에서 나오는 그리고 몸의 일 부분에서 나오는 발산하는 힘의 느낌을 주제로 삼은 작품을 만들던 그는 가냘픈 몸을 가진 조각가였다.
그러나류인은 <밤-혼> 에서는 이전 작품과 다른 인체의 모습을 조각한 것이다. 허리에 받쳐진 볼완전한 사각기둥 위에 올려진 축 처진 남성의 몸은 시대를 넘어 오늘의 우리를 표상한 작품으로 보인다.
사실 예술작품은 시대의 우리 모습을 그린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조각이란 미술, 아니 미술이란 예술은 우리 삶의 모습이고 메시지이다. 우리는 지금 이렇게 살고 있다. 이런 모습이다라고 우리 눈앞에 들이미는 일이 류인이 조각작품을 만드는 자세이기도 했다.
이 작품은 30여 년 전에 제작된 것이지만, 현재 우리 모습을 적절하게 표상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쩌면 정보가 돈이 되는 사회가 되기는 했지만, 그만큼 넘치는 정보가 우리를 힘들게 하는 이유 때문인지도 모른다.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전시횔르 보면 류인 작가를 더 이해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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