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군이 비금도에 <북방의 천사>로 유명한 앤터니 곰리 작품을 설치한다고 조선일보(2024.03.28) 비금도에 초대형 작품 설치하는 영국 조각 거장…"섬 사람들 삶에서 영감" 보도했다. 제대로 진행되어 좋은 작품이 설치되어야 할텐데라는 생각부터 든다. 일전의 하의도 천사상 일도 그렇고, 한국에서는 공공미술으로 성공한 사례가 많지도 않기 때문이기 하다
신안군 하의도가 어디지? 추상화가 김환기 생가가 있는 안좌도 옆.
두어 달 전에 청도군 신화랑 풍류마을에 설치된 석조물 19점은 청도군이 최바오로와 행정 절차를 무시하고 수의계약으로 진행하여 논란이 일었다. 이 일을 계기 최바오로라는 사람의 이력이 허위라고 밝혀졌고, 청도군만 아니라 신안군 하의도에도 천사상이라는 석조물 몇 백개를 뿌렸다고 연일 보도가 되었다. 불과 두어 달 전에 말이다.
신안군은 1004(천사)라는 프로젝트로 섬마다 미술관을 조성한다면서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고 세계적인 작가니, 유명 대학 교수니, 종교단체에서 알아주니 하는 허풍에 속아 천혜의 자연을 망가뜨리고서는 잘못을 시인하지도 않고 있다.
신안군에서는 경찰에 최바오로를 사기혐의로 고소한다는 보도기사가 나왔으나, 그 이후로는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알 수 없다. 자신들이 잘못한 점인 행정절차도 무시하고, 예산을 낭비하고, 공무원 성실업무에 대한 의무도 저버리고 오로지 허욕에 눈이 멀어 저지른 일에 스스로 뉘우침도 없었다. 그리고선 청도군나 신안군은 단지 최바오로라는 사람에게 사기를 당했다는 취지로 경찰에 고소하고 자신의 잘못을 덮으려 시도했다.
돈이 최고라고 믿는 이 시대에 세계적인 작가라는 사람이 자신이 피땀으로 만든 작품을 그 작은 돈으로 한국의 작은 섬에 작품을 기증하고 설치해 준다는 말에 철석같이 믿었다는 말은 상식 있는 사람이라면 찰떡같이 의심했을 것이다. 그런 상식도 없이 최바오로가 주는 이력을 그대로 믿었다고?, 심지어 이력이 없어 군에서 인터넷을 뒤져서 만들었다는 민망한 말을 들었을 때, 그 부끄러움은 군민의 몫이고, 우리의 몫이었다.
지난 글에서도 썼지만, 중국에서는 사기를 당하는 사람이 더 바보이고 나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즉 그만한 허례와 허욕이 있으니 속은 것이다. 정직하지 못하는 약점을 사기꾼에게 보이니까 사기를 당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사기를 당했다고, 당한 것이기 때문에 내 잘못은 없다는 논리로 경찰에 고소하는 것으로 일을 끝맺음하려 한다.
그래서 우려된다. 앤터니 곰리의 작품이 잘 설치될지. 아니, 곰리라는 작가의 이름에 걸맞은 좋은, 의미 있는 작품이 설치될지.
청도군의 조형물은 특정작가, 특혜 의혹이라는 기사는 잘못되었다
청도 이외에 신안에서도 조형물 사기가 있었다는데, 왜 지자체는 이런 일을 할까.
그래서 앤터니 곰리의 작품이 언제, 어디에 설치되는 거야?
다른 말이 길었다. 이번 조선일보에서 보도된 기사에 따르면 하의도 바로 위, 안좌도 왼쪽에 있는 삼이 비금도이다. 이 비금도 월평해변 근처라고 한다.(지도에 월평해변 표시)
지도를 들여다보니 월평해변이라고 표시된 곳은 작은 포구이고 오른쪽에 '명사십리'라는 해변이 있는 쪽이 아닐까라는 추측이 간다. 지역을 설명하는 것으로 보면 물이 들어오면 잠기고, 물이 빠져야 사람이 조각 속에서 거닐 수 있다고 하는 것으로 보면 나의 예측이 맞을 듯하다.
보도 기사에 따르면 앤터니 곰리의 구상은 이미 했고, 2025년 말, 늦으면 26년 여름이면 직접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하고 있다. 여기에서 구상안이 드로잉도 같이 게재되어 있다.
아직 직접 본 것도 아니고, 무어라 말할 시기는 아니다. 다만 이런 구성으로 된 작품이 해변에 설치되었을 때, 조선일보 기사의 제목처럼 '영(英) 조각 거장' 앤터니 곰리라는 찬사처럼 거장의 작품으로 느껴질지 약간 우려가 되긴 한다.
우리나라에 유명 작가의 작품이 공공조형물로 설치되기 시작한 것은 30여 년이 다 되어간다. 그러데 하나같이 좋은 평을 받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에게도 그다지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많은 비용을 들여 설치했지만 시민에게 사랑받지 못했다.
그래서 우려된다는 말이다.
서울에 설치된 공공조형물 중에서 비싼 작품을 소개하면
지방에도 공공조형물이라고 설치된 것이 많이 있으나 대표적으로 서울에 있는 것만 살펴보면, 미술계에서 회자되었던 것은 세 작품 정도이다. 90년대 말부터 외국의 유명작가의 작품이 설치되기 시작했다.
철을 생산하는 포스코답게 철로 만든 대형 조각품을 테헤란로 포스코센터 빌딩 앞에 세웠다. 올 오버 페인팅(All over paonting), 변형 캔버스(shaped canvas) 등으로 미국 현대미술 작가인 프랭크 스텔라(Frank Stella, 1936~ )의 아마벨(Amabel)이다.
1997년에 설치된 이 작품은 가로 11m 세로 5m, 무게는 30톤에 달하는 거대한 철 구조물이다. 수백 개에 이르는 스테인리스 스틸 조각을 현장에서 맞추는 형식으로 제작한 작품으로 제목이 '꽃이 피는 구조물'(Flowering Structure)에서 프랭크 스텔라가 비행기 사고로 사망한 친구의 딸 이름 아마벨로 바꾸었다. 그때까지 가장 비싼 작품으로, 비용은 180만 달러였다.
서울 시민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작품은 조나단 보로프스키(Jonathan Borofsky,1941~ )의 해머링 맨(Hammering Man)일 것이다. 광화문에 있는 태광그룹 흥국생명 빌딩 앞에서 열심히 근로기준법에 맞추어 망치질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움직이는 공공조형물로 눈에 거슬리지 않고 조용히 주변 환경에 어울리는 것이 장점이다.
전 세계 11개 도시에 설치된 철재 작품 중에서 광화문에 있는 것이 가장 커서 22m에 이르고, 무게도 당연히 가장 무거워 50톤에 이른다. 2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망치질을 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 세워진 것은 클래스 올덴버그(Claes Oldenburg, 1929~2022)는 스프링(Spring)이다. 청계천 복원 사업 1주년 기념으로 세운 이 작품은 높이 20m에 이르고 비용도 340만 달러가 들었다고 한다. 이 작품은 작가가 현장에 한 번도 오지 않아 구설수에도 올랐고, 현장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았다.
따라서 '스프링'은 작가 명성에 맞지 않는 작품으로 전문가 사이에서만이 아니라, 일반인들도 무심히 지나가는 공공조형물이 되고 말았다. 최근에 가장 많은 비용을 들여 설치했지만 가장 외면받는 작품이 되고 말았다. 포스코가 세운 아마벨도 흉물이라느니, 고철덩어리라는 말을 들었지만, 그래도 프랭크 스텔라가 계획하고, 미국에서 만들어져 현장에서 조립한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보는 눈길이 많이 부드러워졌다.
공공조형물이 성공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유명 작가가 구상한 작품을 가져다 놓는다고 그 작품이 사랑받는 것이 아니다. 또 작품을 가져다 놓는다고 그 주변 환경이 살아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비금도가 가진 천혜의 자연환경을 해치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제발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앤터니 곰리의 작품을 가져다 놓는다고 비금도가 유명 관광지가 되지 않을 것이다. 투자 비용 대비 이익이 별로 없을 것이다.
앤터니 곰리가 설치한 <북방의 천사>처럼 영국의 오지에도 연간 수백만이 방문하는 명소가 될까? 비금도가.
미안한 말이 되겠지만, 나는 비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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