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군 조형물은 최바오로(최영철)라는 사람의 사기행각에 빠져 어처구니없게 설치된 것이라는 기사에 특정작가 특혜라는 제목은 잘못되었다는 글을 포스팅을 했다. 그런데 신안군에서도 최영철에게 당했다는 기사가 들끓는다. 신안군은 19억 원을 들여 무려 3백 개가 넘는 조각을 설치했다는데, 그렇다면 기초단체나 지자체에서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1. 청도군과 신안군에서 일어난 최바오로(최영철)의 조형물 사기수법은 비슷하다.
청도군이 최바오로의 조형물을 설치한 과정처럼 신안군의 조형물 설치과정도 비슷하다. 먼저 신안군수에게 기증을 하겠다도 편지를 보내고, 몇 개를 설치하고 그 이후에 군수에게 환심을 사고, 기증이 아니라 아예 미술관까지 만들었다. 그것도 지붕 없는 미술관이라고 천사상 미술관이라고 거창하게 300개가 넘는 조각물을 해안가에 깔았다.
신안군 조형물 설치는 청도군보다 빨라 2019년에 개관식을 한 것으로 온갖 기사와 블로그에 나온다. 지역신문은 물론이고 중앙지에서도 이를 언급하고 있다.
그러니까 청도군은 신안군에서 수백개가 넘는 조각을 설치했다는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았지만, 신안군에서 이렇게 작품을 구입한 이력을 알고서는 최바오로의 조각을 설치했을 것이다. 공무원 업무의 진행형식으로 선례가 있으면 그대로 따르는 따라쟁이들이기 때문에, 이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신안군은 '천사(1004)섬 프로젝트'라고 하는 1도에 1 뮤지움을 세우겠다는 계획을 오래전부터 홍보해 왔다. 신안군의 이런 프로젝트는 이미 예전부터 미술계에 널리 퍼져있었고, 여기에는 온갖 미술인들이 들러붙어 한몫 잡으려고 혈안이 되어있었다. 그러니까 미술계와 조각가들 사이에서는 많이 알려진 사실이고, 그동안 신안군에서는 많은 보도를 내놓으며 자랑해 왔다. 그러다 코로나로 잠시 주춤하면서 약간 사그라진 느낌이었지만 최영철의 사기가 드러나며 다시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신안군에서 운영하는 신안군 홍보를 위한 블로그에 들어가면 지금 설립되어 운영되고 있는 미술관, 박물관을 소개하고 있다. 수석도 있고 바둑도 있고 뭐뭐 여러 가지 있지만 그리 갈만한 곳은 아닌 듯하다. 그래도 이런 미술관, 박물관이 가볼 만한 곳이라고 소개하고 국제적이고 아름다운 곳이라고 수많은 곳에서 선전하고 있다.
신안군이 홍보는 열심히 잘한다.
그리고 앞으로 할 것이라고 유명 건축설계가와 외국 작가를 들먹거린다. 한남동 리움미술관을 설계한 '마리오 보타'가 미술관을 설계한다, 영국 작가이며 북방의 천사로 유명한 '앤토니 곰리'의 작품을 세운다 등등 엄청난 홍보를 해왔다. 과연 신안군의 자랑대로 될지는 모르겠다.
여기서 지방에 아니 어떤 도시에 있는 좋은 미술관, 국제적인 미술관은 어떤 것일까를 규정해 보자.
* 그곳에 미술관이 있다는데,
1) 거기 간 김에 한 번 가볼까?
2) 시간 아깝게 거기엔 왜 가!
3) 간 김에 시간 내서 가봐야지!
4) 그 미술관 가야지! 거기 맛집은 없니?
위에 있는 4가지에서 어떻게 말해야 좋은 미술관, 국제적인 미술관이라고 평가할까?
당연히 4번이다. 그곳을 가는 주목적이 4번이어야 아무리 시골이라도 가려는 마음을 먹기 때문이다. 미술관을 일부러 찾아갈 정도가 되어야 좋은 미술관이라고 할 수 있다. 좋은 미술관은 그만한 조건을 갖추어야 하고, 그래야 평가를 받을 것이고, 그래야 사람들이 찾을 것이기 때문이다.
좋은 미술관 국제적인 미술관이라고 아무리 홍보해도 사람들은 듣지 않는다. 본인 주변에서 평가하기 전에는.
신안도 마찬가지 아닐까? 그런데 미안하지만 신안에 있다는 여러 미술관, 박물관 그들이 홍보하는 국제적인 이라는 평가에 어울리는 곳은 없다. 그들만의 홍보로 스스로 자위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2. 왜 지자체는 이런 일을 할까? 미술을 너무 쉽게 보는 것은 아닐까?
한마디로 결론을 말하면 미술을 아주 얕보기 때문이다. 얕본다는 의미는 자신의 눈과 마음먹은 대로 쉽게 다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기초자치단체나 지방자치단체 혹은 그 단체의 장들은 미술이라는 매체를 너무 쉽게 여긴다. 그 이유를 추측해 보자.
1) 미술이라는 예술장르는 누구나 할 수 있다. 진입장벽이 없다. 하지만 진입장벽이 없다는 것은 그만큼 성장하기 어렵다는 말과 같다. 취미로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메이저 리거가 되기는 어렵다. 그것도 엄청난 몸값을 받는 선수가 되기는 더 어렵다. 마찬가지로 누구나 알만한 이름을 가진 작품을 제작·발표하기까지는 엄청난 인내와 고통이 따른다. 자신의 정열을 바쳐도 이루지 못해 붓을 꺾는 미술가들이 수없이 있었다. 역사상으로.
" 파르테논 신전을 만든 수많은 예술가들은 이름 없이 사라졌다. 오직 피디아스만 남기고"이미 그리스 시대부터 있었던 말이라고 한다.)
미술계 동료들 사이에서 좋은 작가로 평가받았던 이중섭도 말년에 행려병자 취급을 받아 서울 적십자병원에서 생을 마감했다. 시대가 어려웠지만 이중섭도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사라졌다. 박수근 역시 이중섭보다는 덜 했지만 그리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지금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박수근과 이중섭도 50~60년대는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는데, 지금 국가경제가 10위라고 하는 대한만국은 달라졌을까? 전혀 바뀌지 않았다. 적어도 미술에서는!
그런데 어떻게 청도군, 신안군에서 평가하고 언급하는 국제적인 작가, 세계적인 작가가 그곳에 쉽게 가겠는가? 어찌 그들이 말하는 것처럼 국제적인 미술관이 쉽게 만들어지겠는가? 미술가를 움직일만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지 않는데 어찌 예술가를 섭외할 수 있을까? 절대 그럴 리 없다.
다만, 기초자치단체, 지방자치단체는 자신의 입신과 양명 그리고 심하게는 사익을 위해 그런 일을 벌이는 것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왜 미술일까?
기초단체의 장, 지자체의 장은, 모두가 그런 것은 절대 아니지만, 자신의 입맛대로 미술이라는 것을 재단하고 평가하고 자신의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미술은 눈으로 보면 안다고 단순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보는 것인데 어려울 건 없다고 생각한다. 거기에 옆에서 미술을 조금 안다는 누가 국제적인 세계적인 이라는 표현을 쓰면 바로 넘어간다.
본인의 눈으로 판단해도 좋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자신의 안목을 믿는 것이다. 이게 문제이다.
자신이 좋으면 남들도 좋을 것이라고 판단한다.
2) 예술이라는 것은 검증하기가 어렵다고 지례짐작한다.
그러니까 이것을 이용하는 것이다. 신안군 관계자가 최바오로의 국제적인 경력은 검증하기 어려웠다고 인터뷰했다. 왜 어려웠을까. 간단히 작가에게 증거자료를 내라고 하면 되지 않았을까.
어쨌든 외국에서 했다면 그대로 믿는다 검증 없이. 그것을 속일 리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여기에 신안군에서 보여준 최바오로의 경력은 프랑스에서 대학교수도 했다는 자료를 내밀었다. 그런데 이것을 검증하지 않았다고 하는 것은 직무태만이다. 아무리 변명해도 검증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고, 그대로 믿고 싶었을 것이다.
공립미술관의 운영행태를 보라. 왜 그런 방식으로 운영이 되는지, 그렇게 운영이 되어도 아무도 인사상으로 불이익을 받지 않고 연명하고 있다. 오히려 그들에 들러붙어 무어라도 해보려고 알짤거리는 수많은 미술가들이 있다. 전국에 차이는 것이 조형물 작가와 국제적인 화가이고 조각가이다.
그러니까 이런 서로의 이익에 부합하기 때문에 검증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더욱이 일반인은 관심도 없고 국제적인 작가라면 그런가 보다 하고 믿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얼마나 쉬운가. 자신들이 믿고 싶은 대로 일반 군민이나 시민도 믿을 것이기 때문이다.
3) 신안군에서 열심히 했던 것처럼 보도자료를 내면 거의 대부분 언론매체는 검증 없이 받아 쓴다.
미술계에서는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기사를 쓰는 일은 이미 아주 오래전부터 관행이었다. 그래서 과거 수십 년 전의 신문기사를 제대로 믿지 않는 연구자들도 많다. 왜냐하면 보도자료로 쓴 기사와 현장에서 일어났던 일과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너무나 많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신안군에서 천사상 미술관을 개관식 하면서 일어났던 아니 홍보했던 일도 마찬가지이다. 이 개관식에 관한 기사를 찾아보면 전국에서 안 다룬 매체가 없을 정도로 많다. 그렇게 많은 언론매체가 최씨의 경력을 검증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즉 신안군에서 뿌린 보도자료 그대로 기사를 내보냈다. 어찌 미술에 관한 기사만 그럴까?
뿐만 아니라 최씨는 버젓이 얼굴을 내밀고 인터뷰한 유튜브도 있다.
유튜브나 블로거들은 개인들이니 검증할 여력이 없다고 할지 모르지만 사기꾼인 최영철은 이를 아마도 철저히 이용했을 것이다. 이런 맹점을 아는 그가 이를 이용하지 않았을 리 없다. 그러니 자신의 얼굴이 나오는데도 유튜브에서 사기를 치고 있으니, 사기꾼도 보통 사기꾼은 아니다.
조금 더 생각해 보면 이번 일은 다른 부분에서도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이 원인은 다음에 다시 언급하려 한다.
청도군의 조형물은 특정작가, 특혜 의혹이라는 기사는 잘못되었다
우리는 언제쯤 제대로 하는 공립미술관을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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