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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과 사회

눈물의 여왕 공식 포스터에 나오는 미술작품은 누가 그린 것인가요.

by !))*!))* 2024. 2. 28.

tvN의 토일드라마 눈물의 여왕이 16부작으로 2024년 3월 9일 첫 방송이 된다. 이 드라마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공식포스터에 나오는 작품은 누가 그린 것인지 궁금해서 찾아보았다. 해상도가 낮아 작품에 나오는 글을 해독할 수 없어 아쉽지만 어느 정도 가늠은 할 듯하다.

 

 

 

극본 박지은, 연출 장영우, 김희원, 등장인물은 김수현, 김지원, 박성훈, 곽동연, 이주빈 등이다.  "퀸즈 그룹의 재벌 3세, 백화점의 여왕이라고도 불리는 '홍해인'(김지원), 용두리 이장 아들, 슈퍼마켓 왕자 '백현우;(김수현). 3년 차 부부의 아찔한 위기와 기적처럼 다시 시작되는 사랑 이야기"라고 홍보하고 있다. 

 

대표 이지미로 등장하는 패밀리 포스터에 '용두리 버전'과 '퀸즈가 버전', 두 가지가 공개되었다. 그러니까 남녀 두 주인공이 서로 다른 집안에 초대되어 간 장면을 포스터로 만든 것이다. 먼저 홍해인이 용두리에 간 장면을 묘사한 포스터를 보자

눈물의 여왕 포스터 용두리 버전
눈물의 여왕 공식 포스터, 용두리 버전

용두리이니까 시골인듯 하지만, 집 내부는 80년대 서울에 있는 꽤 부잣집으로 설정된 것으로 보인다. 벽 마감이 싸구려 벽지가 아니라 합판으로 마감하고 그 위에 니스를 칠해 나무 고유의 색을 살린 집이고, 식구들이 모인 거실이 꽤 넓게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드라마 구성이니까 이 정도는 이해할 수 있다. 

 

이 장면에서 용두리 이장집은 인간미와 가족의 정을 느낄 수 있도록 연출했다. 가운데 자리에 홍해인(김지원)을 앉히고 시구들이 서로 음식(푸짐한 한식)을 주려고 웃으며 왁자지껄한 모습이다. 이런 연출을 위해 3남매 중에 막내인 백현우(김수현)는 부모님과 형의 아들, 조카도 함께 사는 행복한 집안으로 묘사하고 있다. 80년대 전형적인 우리의 가정 구성원이 모습이다.

 

여기에  홍해인은 이런 환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정면만 응시하고 있다. 바로 이런 홍해인 머리 뒤에 동양화 한 점이 벽에 걸려있어 눈에 정확하게 들어온다.

 

이것은 해상도가 낮아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장미를 그린 작품인 것 같다. 동양화가 중에 장미를 잘 그린 화가는 월전 장우성(月田 張遇聖, 1912~2005)이 있다.  노란 장미와 붉은 장미가 탐스럽게 피었고 그 위를 새가 앉아있거나 날고 있다. 만약 월전 장우성의 장미 그림이 맞다고 한다면, 이 지점에서 매우 유감스러울 수밖에 없다. 월전의 작품이라서가 아니라 바로 <장미>라는 그림 때문이다.

 

자고로 안방과 식구들 모두가 모이는 곳에는 당연히 부귀영화를 뜻하는 목단(모란)이 걸려있어야 한다. 목단은 알다시피 선덕여왕이 벌과 나비가 없는 꽃 그림을 보고, 이 꽃에는 향기가 없을 것이라고 한 바로 그 꽃이다. 탐스럽고 커다란 붉은 꽃은 당연히 다복을 상징하는 우리의 전통적인 꽃 그림이다.

 

그렇다면 용두리 이장집 거실 벽에는 장미 그림이 아니라 목단꽃 그림이 걸려있어야 맞다.  장미는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이 19세기 후반 미국과 유럽에서 들어왔고 한다. 그러니 장미는 부귀영화라는 전통적인 의미가 우리에게 형성되지 못한 것이 당연하다.

 

 

 

이번에는 백현우가 퀸즈가에 간 장면을 묘사한 포스터를 보자.

눈물의 여왕 포스터 퀸즈가 버전
눈물의 여왕 공식 포스터, 퀸즈가 버전

벌써 고급스러운 분위기이긴 해도 분위기가 화기애애하지 않다. 여기 등장하는 인물 모두 제각각으로 시선을 처리하고 있다. 해인의 식구 구성도 당연히 복잡하게 구성하여 눈치 빠른 우리들에게 재산에 관한 다툼이 있을 것이라는 복선을 깔고 있다.

 

식탁에는 유리잔에 물이 전부이고 음식 대신에 화려한 꽃꽂이가 가득 메우고 있다. 백현우는 그마저 식탁에 자리가 없다. 그래서 뒤에 공손히 두 손을 모으고 바르게 정면을 응시하고 서있다. 바로 백현우 뒤에 커다란 그림이 세워져 있다.

 

세상의 모든 그림을 다 아는 것은 아니니 자신은 없지만, 아마도 이것은 촬영세트를 위해 제작한 것인 듯하다. 왜냐하면 형식은 동양화 형식을 하고는 있지만, 물감도 아니고, 종이도 더욱이 아니다. 특히 동양화를 표구해서 우리 생활에 요긴하게 사용되던 병풍 형식을 하고 있지만, 병풍은 대개 짝수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여기서는 세 장 즉 홀수이다.

 

따라서 유명 작가의 작품이 아니라 솜씨 있는 이가 세트장을 위해 잘 디자인한 것으로 보인다. 홍해인의 가족 간의 분위기에 적절하게 드러내도록 무겁고, 어둡게 화면을 처리하고 있다. 당연히 재벌가의 집답게 서구식으로 고급스럽게 인테리어 되어 있지만, 여기도 아쉬운 것이 있다. 

 

이런 분위기를 잘 드러낼 수 있는 적절한  미술작품이 백현우 뒤에 서있었다면 훨씬 의미 있는 포스터가 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미국이나 유럽은 이런 일에 심혈을 기울인다. 생각해 보면 이것은 당연하다. 온 세계로 퍼져나가는 영화라면 거기에 담긴 작품은 저절로 홍보가 되는 것이고, 그것이 한국 작가라면 상상만 해도 즐거운 일이 될 것이다.

 

먼저는 우리나라 작가가 좋은 작품을 많이 제작해야 하는 것이 우선이다. 우리에게도 좋은 작품이 많다는 의식이 있다면 굳이 이렇게 인테리어 형식으로 마감하진 않았을 것이다. 

 

이런 홍보 방식은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고, 미국은 노골적으로 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철저히 실천했다. 지금의 미국 뉴욕이 현대미술의 고장이 된 것은 여러 이유가 있지만,  이런 홍보 방식을 사용한 것도 중요한 요건 중에 하나였다.   

 

월전 장우성에 관한 포스팅이 없지만 이당 김은호의 제자이므로 이당 작품에 관해 궁금하다면 아래의 글을 읽어보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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