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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과 사회

'외교관' 미드에서 재스퍼 존스의 작품을 아트 마케팅하는 이유

by !))*!))* 2024. 3. 8.

유튜브 알고리즘에 의해 외교관(THE DIPLOMAT)을 소개하는 영상을 보면서 인기 있는 또 다른 이유를 찾았다. 구성과 줄거리도 재미있지만, 건물 곳곳에 등장하는 미술작품을 보며 아트 마케팅의 진수를 볼 수 있었다. 요소요소에 심어놓은 작품은 드라마 사실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미술작품을 알리려는 치밀함을 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시리즈 외교관 개요

기본정보

배        경 : 미국과 영국 그리고 유럽

공  개  일 : 2023년 4월 20일

공개 OTT : 넷플릭스

제작, 연출 :  데보라 칸

구         성 : 시즌 1, 8부작

출  연   진 : 케리 러셀, 루퍼스 슈얼, 데이빗 기아시 외

넷플릭스의 외교관 포스터
외교관 포스터

포스터

줄거리와 출연진을 소잭하기 전에 포스터부터 보고 가야겠다. '성조기'와 '유니언 잭'을 양쪽에 세우고 가운데 여주인공이 등받이 의자에 피곤한 자세로 앉아있다. 복잡 미묘한 얼굴로 무언가 곁눈으로 응시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외교관이 꽤 높은 신분이라는 듯 앵클부츠는 의자 옆에 벗어두고 양말을 신은 발을 드러내고 있다. 

 

거의 모든 시각물은 이야기가 있다. 그 구성이 얼마나 전달력 있고 의미 있게 전달하고 있느냐에 따라 소위 레벨(수준)이라는 것을 가늠하게 하는 기준이 된다. 이것이 디자인의 힘이고 메시지의 힘이다. 이 주인공의 자세와 복장, 얼굴 표정만으로 외교관의 업무라는 것을 상상하게 한다. 

 

그러고 보면 벽에 번개처럼 균열이 나있다. 미국과 영국 사이에 긴장감 있는 관계를 암시하면서 그 옆에 또 하나 직설적인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친구를 가까이 해라. 적은 더 가까이 해라."(Keep your friends close. Keep your enemies closer) 외교는 영원한 아군도 적도 없다는 말이다. 이것은 외교만이 아니라, 모든 인간사회관계에서 통하는 말일 것이다.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분명한 포스터이다. 우리 공립미술관에서 흔하게 보는 난해한 전시 포스터와는 달리 목적을 충분히 달성하고 있다. 어쩌다 공립미술관 포스터는 현대미술이 되었는지 알 수는 없다.

 

줄거리

줄거리는 영국 항공모함이 공격을 받아 많은 영국 장병이 죽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 폭발 사건은 이란의 공격으로 추정되고, 미국과 영국의 전략적 동맹을 위해 아프가니스탄으로 가려는 외교관 '케이트 와일러'(케리 레셀)가 주영 미국 대사로 발령가 발령받게 된다.

 

케이트는 누가 공격을 했는지 조사하고 영국 외무장관과 총리를 설득하며 고군분투한다. 누구의 공격인지 정확하게 파악하여 미국이 휘말리지 않게 하려는 두뇌싸움과 그들의 대사가 재미있다.  

 

이 와중에 케이트는 자신이 대사를 맡게 된 것은 차기 미국 부통령으로 만들기 위한 테스트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러면서 사건은 점점 꼬여간다. 줄거리는 이 정도로 소개한다. 이 포스팅에서 줄거리는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므로 궁금한 이들은 드라마 외교관을 보시기 바란다.

 

 

 

주영 미국대사관의 사무실에 걸린 성조기

처음에는 그저 성조기가 벽에 걸려있구나라고 생각했지만 몇 번이고 같은 사무실이 등장하면서 벽에 걸린 성조기가 단순한 성조기가 아니라는 알게 되었다. 이 장면만 잘 나온 것이 없어 영상에서 캡처한 상태 그대로 올린다.

외교관 한 장면제스퍼 존스 성조기가 나오는 외교관 한 장면
여주인공 뒤로 벽에 걸린 성조기는 제스퍼 존스가 그린 현대미술 작품이다.

손으로 그린 흔적이 드러난 것을 보고 아 재스퍼 존스(Jasper Johns, 1930~)의 작품을 설치해 놓았구나라고 짐작했다. 그리고 결정적인 증거는 다음 장면에서 드러난다. 

외교관 드라마 캡쳐한 장면
오른쪽 여직원 뒷벽에 걸린 재스펀 존스의 판화작품

오른쪽 여직원 뒤에 있는 벽에 그린 작품은 휘트니미술관 소장품인 재스퍼 존스의 석판화 작품을 인쇄하여 액자에 넣은 것이다. 재스퍼 존스의 이런 판화 작품은 유사한 것이 많아 찾기가 쉽지는 않았다.  미국대사관 사무실이므로 드라마에서 자주 나올 수밖에 없는 장소이므로 눈에 띈 것이다. 휘트니 소장품을 인쇄하며 액자에 넣어 재스퍼 존스의 작품임을 알아차리도록 복선을 깔아 둔 것이다. 

 

이 판화에는 재스퍼 존스의 이름이 그대로 드러나있고 휘트니미술관 미국 미술 등 시청자들이 재스퍼 존스의 성조기라는 작품을 알 수 있게 치밀하게 구성했다. 이를 위해 여타 많은 작품을 동원한 것도 사실이다.     

재스펀 존스의 석판화 작품
재스퍼 존스, 석판화,  135.9×79.7cm, 1977,  휘트니미술관 소장

이외에도 대사관에는 여러 작품이 다양하게 나온다. 침실과 또 다른 사무실에 많은 미술 작품이 등장한다. 뒤에서 언급하겠지만 전편 곳곳에 미술작품이 등장하고 심지어 루브루미술관 내부에 걸린 나폴레옹 대관식도 등장한다. 그러니까 이런 정치, 외교 드라마에도 아트 마커팅을 하는 이유는 그만큼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아트 마케팅하는 정도와는 비교할 수 없다. 그만큼 안목 있고, 적재적소에 필요한 미술작품을 삽입할 감독도 없기 때문이다. '외교관'과 9일부터 방영될 '눈물의 여왕'과 비교 대상이 될지 모르겠지만, 눈여겨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눈물의 여왕'에서는 기대하지 않는 편이 어쩌면 낳을지도 모르겠다.     

 

눈물의 여왕 공식 포스터에 나오는 미술작품은 누가 그린 것인가요.

 

눈물의 여왕 공식 포스터에 나오는 미술작품은 누가 그린 것인가요.

tvN의 토일드라마 눈물의 여왕이 16부작으로 2024년 3월 9일 첫 방송이 된다. 이 드라마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공식포스터에 나오는 작품은 누가 그린 것인지 궁금해서 찾아보았다. 해상도가 낮아

red-pig-11.tistory.com

 

 

 

재스퍼 존스(Jasper Johns, 1930~)는 누구인가.

재스퍼 존스는 미국 조지아주에서 태어나, 사우스캐롤라이나 대학에서 공부하고 뉴욕으로 가서 디자인으로 유명한 파슨스디자인학교를 다녔다. 6.25 한국전쟁에 참여하기도 한 그는 1954년 뉴욕으로 돌아와 로버트 라우센버그머스 커닝행과 교류하며 작품을 제작했다. 

 

재스퍼 존스가 이때 소재로 삼은 것은 성조기와 숫자 과녁 등이다. 1950년대는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미국은 막대한 경제적 부흥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유럽에 많은 문화예술인들이 뉴욕으로 건너와 이들은 당시 미국의 문화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던 시대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미국의 현대미술이 싹이 틀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시기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유럽에서 추상표현주의가 휩쓸던 시기에 재스퍼 존스는 일상생활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소재를 사실적으로 그리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사물을 그리면서 손의 흔적을 알 수 있게 하는 방법을 사용하여 작품을 제작한 것이다. 

 

그 방법이라는 것은  안료에 고착제로 뜨거운 밀랍을 섞어서 캔버스에 바르는 것이다. 캔버스 위에는 미리 신문지나 영수증 같은 것들로 미리 부착시켜 놓고 그 위에 성조기나 과녁 등을 그려 마치 이중적인 화면이 구성된 것처럼 보이기 만들었다.

 

재스퍼 존스는 라우센버그와는 매우 가깝게 지냈다. 하루는 20세기 미국 현대미술을 만들었다고 해도 될 레오 카스티넬리가 라우센버그를 방문했고, 그는 바로 옆 스튜디오 있던 재스퍼 존스를 소개한다. 레오는 재스퍼 존스의 작품을 알아보고 개인전을 열기로 바로 약속하고, 1958년 레오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면서 대성공을 거두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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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외교관에 나온 성조기는 어떤 작품일까? 재스퍼 존스가 성조기를 워낙 많은 버전으로 제작했기 때문에 정확하게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비교적 가장 최근인 1983년에 그린 작품이 아닐까 추측한다.

재스퍼 존스 성조기 1983년
재스퍼 존스, 깃발, 1983년 개인소장

<하얀 깃발>, <3개의 깃발> 등 여러 유명한 작품이 있으나, 이 작품은 2014년 미국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3600만 달러에 낙찰된 작품으로 추측된다. 당시 우리나라 환율로는 대략 394억 원이라는 금액에 낙찰된 작품이다. 물론 이 작품 원본이 드라마 외교관에 그대로 나왔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아마 최대한 질감을 살려서 찍은 사진으로 대체한 것으로 추측한다.

 

'외교관'이라는 드라마에서 이 작품이 선택된 이유를 나름 추측하면, 미국을 상징하는 가장 대표적인 것은 국기이고 그것을 그대로 가져다 놓기보다는 미국의 유명 작가의 작품을 가져다 놓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는 생각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래야 외교라는 사회적 인식에 적합하고 미국과 대비되는 영국을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여기 드라마 후반부에 나오는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이 등장하는 이유도 같다고 여겨진다. 이런 생각이 자연스럽게 문화를 알고 즐긴다는 모습일 것이고, 이것이 바로 아트 마케팅일 것이다.   

 

루브르박물관의 소장품이 나오는 드라마 외교관

이 드라만 거의 마지막에는 루브르박물관에서 연회를 베푸는 장면이 나온다. 박물관 내부에서 세계에서 가장 비싼 문화재들이 가득한 곳에서 연회를 베푸는 장면 곳곳에서 스치듯이 나오는 문화재들이 많다. 그중에서는 주인공이 프랑스 외교장관과 이야기하는 장면에서 엄청난 크기를 강조하며 나오는 나폴레옹 대관식은 볼만한 장면이었다. 

루브르박물관
넷플릭스 드라마 외교관에서 발췌 폴레옹 대관식 아래에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

이외에도 많은 작품들이 외교과에 등장한다. 관심 있는 사람은 이것을 나나씩 찾아보는 것도 재미가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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