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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과 사회

경복궁 낙서 사건에서 보는 예술에 관한 일반적 의식

by !))*!))* 2023. 12. 22.

 

 

경복궁 낙서 테러 모방범은 자수했고, 최초 낙서 테러범은 누군가 돈을 주겠다는 말을 믿고 두 차례에 나누어 10만 원을 받고 이번 일을 저질렀다고 한다. 몇 년 전 방송에서 커다란 불길이 휩싸인 숭례문을 본 기억이 그대로 남아있기에 많은 사람들에게 사회적 불안을 조성하는 빌미가 되었다. 특히 연말이라는 분위기와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상황에서 일어난 경복궁 낙서 테러는 여러 시사점을 우리에게 던지고 있다.     

경복궁 돌담에 낙서가 된 현장 사진
경복궁 돌담에 낙서가 된 현장사진

경복궁 낙서 테러 모방범의 범죄 의식

여러 신문 기사에 따르면 경복궁 낙서 테러 모방범은 경찰 조사 이후인 20일 오전, 자신의 블로그에 “예술을 했을 뿐”이라 주장했다고 한다. 또, 그는 게시물을 통해 “미스치프(미국 아티스트 그룹)가 말하는 짓궂은 장난을 치고 싶었다”며 “죄송합니다. 아니 안 죄송해요. 전 예술을 한 것뿐이에요”라고 적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다들 너무 심각하게 상황을 보는 것 같다”며 “그저 낙서일 뿐이다. 숭례문을 불태운 사건을 언급하면서 끔찍한 사람으로 보는데 그럴 일은 없을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경복궁 낙서 테러 모방범의 블로그 갈무리
경복궁 낙서 모방범의 블로그(매일경제 2023. 12. 21자에서 인용)

 

반달리즘, 영웅 심리, 모방범죄 심리 등, 여러 가지로 이 모방범의 범죄를 언급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럴 것도 같은 것이, 그는 자신의 블로그에 범행  한 이후에 인증사진과 함께 "제 전시회에 오세요. 곧 천막 치고 마감될 것"이라며 "입장료는 공짜고 눈으로만 보라"라고 적었다. 

 

이런 심리를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겠지만, 대다수는 무슨 심리 아니 심보인지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해하기보다 무조건 정신 이상자로 여길 수도 있을 것이다. 앞으로 자세한 경위는 경찰에서 밝혀지고 법원에서 적절하게 처벌할 것이다. 그러나 심각하게 걱정되는 것은 이런 행동 기저심리에는 "자신의 행동이 범죄가 아니라 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건전한 사회의식과 범죄에 대한 경각심 혹은 도덕적 관념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아마도 이런 일은 벌이려는 생각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당연히 행동으로 옮기기 전에 자신 스스로의 의식과 관념이 저지했을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모방범에게는 이런 관념과 도덕을 전혀 갖추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번 사건은 그가 갖추지 못한 사회적 질서와 도덕적 관념의 부재보다는 예술이라는 장르에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했다는 점에서 더 불안감을 느낀다. 다시 말하면 예술이라는 특히 미술이라는 장르에 대한 심각한 오류를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러운 것이다.   

 

 

 

경복궁 낙서 테러 모방범의 예술 의식

모방범이 자신의 블로그에 "제 전시회에 오세요. 곧 천막 치고 마감될 것"이라며 "입장료는 공짜고 눈으로만 보라"라고 적으며, "예술을 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가 예술에 관한 교육을 잘못하고 있으며 잘못된 의식이 팽배해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런 의식은 예술에 관한 잘못된 관념을 심어준 공공교육을 비롯해 사회에서 널리 퍼진 예술에 관한 잘못된 인식 때문이다. 당연히 가정교육에서도 문화와 예술에 대한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에 대하여 언급하기 이전에 잘 알려진 문화재 테러에 관한 것을 간단히 알아보자.   

 

세계의 문화유산이라고 할 수 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가 방탄유리 속에 갇혀 있는 이유는 바로 경복궁 낙서와 같은 테러 때문이다.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 심지어 <모나리자>를 도나당해 오랜 기간 동안 찾지 못했던 사건도 있었다.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를 비롯한 수많은 문화재를 소장하고 있는 바티칸 박물관의 <라오콘 군상>도 망치로 테러를 당해 지금은 유리창 너머로 조각상을 볼 수 있다. 루브르와 바티칸의 삼엄한 경비 속에서 이런 문화 테러가 이루어졌다는 것을 생각하면 경복궁 낙서 테러 사건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지도 모른다. 절대로 그렇지 않지만 말이다.

 

Portrait de Lisa Gherardini, épouse de Francesco del Giocondo, dit La Joconde ou Monna Lisa

Object history Provenance: Ce tableau fut commencé vers 1503 au moins, sans doute pour Francesco del Giocondo, gentilhomme florentin (1460-1539), mais fut conservé par Léonard de Vinci jusqu'à la fin de sa vie pour en pursuivre l'exécution picturale t

collections.louvre.fr

 

 

 

모나리자와 라오콘 군상을 테러를 한 범죄자도 나름 자신이 생각하는 이유를 제기했다. 대부분이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하여튼 자신의 행위를 예술이라고 변명한 범죄자는 없었다. 그런데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문화재와 미술작품에 테러를 가하고 자신의 행동을 마치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예술가의 행동인 것처럼 포장하는 일을 서슴지 않는다.

    

사실 예술에 관한 사회적 혹은 개인적 의식에 관한 일을 언급하는 것은 엄청나게 무모한 일이다. 어떤 연구방법도 체계도 없이 막연히 추측으로 그 현상을 언급하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글에서는 지극히 본인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더욱이 나름의 추측으로 해석을 해보려 한다.  

 

이런 의식은 어디에서부터 비롯된 것일까?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대표 문화재인 경복궁 돌담에 낙서하는 행위를 예술이라고 주장하는 황당한 의식은 사실 알게 모르게 몇 년 전부터 우리 사회 속에서 서서히 싹이 자라고 있었다. **비엔날레서에서 전시 도중에 예술이냐 아니냐를 놓고 시비를 벌인 끝에 철거된 일, 지난 대선을 치르던 과정에서 일어났던 벽화 사건은 사회적으로 커다란 파장을 일으킬 만큼 영향을 우리들에게 끼쳤다. 

 

이런 일이 끼친 사회적 영향에 대한 연구는 아직 보지 못했지만, 이런 일은 미술계에서 그동안 심심치 않게 일어났어다. 이런 사건 속에서 가장 먼저 내세운 논리는 예술에 대한 자유였다. 예술가이든 아니면 예술가를 자처하던 이든 예술은 자유라는 논리를 내세웠다. 여기서 자유라는 것은 자신이 생각한 대로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본능적인 생각이다. 이런 원초적 본능에서 탄생한 것이 '예술은 자유'라는 것이다.

 

즉 모든 예술은 자유라는 대전제 속에서 실현된다는 의식이다.

 

예술을 자유롭게 표현할 권리는 누구에게나 있다. 자신의 상상력을 어떤 제약도 검열도 없이 표현할 수 있는 그리고 행동할 수 있는 자유는 있다. 하지만 문제는 예술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자유에 있다. 흔히 예술에 관한 의식에서 문제가 생겼다고 생각하지만, 정확하게는 자유에 관한 의식 혹은 잘못된 개념에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예술과 자유는 동일한 가치 범위를 가진 것이 아니다.

 

자유는 내가 생각한 그대로 모든 것을 표출할 수 있다는 전능한 권력을 가진 개념이 아니다. 거칠게 표현하면, 자유는 최소한으로 타인에게 어떠한 물적인 피해를 끼쳐서는 안 된다.  또 타인에게 시각적, 신체적 위해를 가하는 혹은 가하려는 시도조차도 해서는 안 된다. 정신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말이다. 따라서 자신의 자유로 인하여 타인의 자유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

 

자유는 자유로 인하여 제약되고 제한된다. 이런 자유만이 가치가 있다.

 

이것을 다르게 표현하면, 자유는 누구에게나 동등하고 동일한 권리이다. 여기서 예술과 자유의 가치 범위가 다르게 설정되는 것이다. 예술에는 한계가 없지만 자유에는 반드시 한계가 있다. 그 한계는 바로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 책임이다. 나의 자유에는 반드시 이런 책임 의식이 동반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런 한계와 책임을 의식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자유가 아니라 바로 범죄가 된다. 경복궁 낙서 테러가 그래서 범죄인 것이다.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나의 자유는 자유가 아니다. 그것은 범죄이다. 

결국, 예술은 자유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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