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는 2023년 1월 49개 국공립 박물관과 67개 국공립미술관을 평가 대상으로 고시하고, 7월부터 12월까지 서면평가, 현장조사, 종합평가를 진행해 24년 3월 13일 70점이 넘는 박물관 33개관(인증률 67.3%), 미술관 40개관(인증률 59.8%)이 통과했다고고 발표했다. 평가인증제도는 무엇이고, 꼭 필요한 제도인지 그리고 문제는 무엇인지 알아보려 한다.
박물관·미술관 평가인증제는 무엇인가?
문화체육관광부가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제8장 평가와 지도·감독)에 따라 국공립 박물관 및 미술관의 질을 높이고 그 운영을 활성하기 위해 평가인증제를 시행한다.
공공문화시설로서 기관의 공공성과 전문성을 측정하기 위해 2016년에 도입하고 2017년부터 시행한 평가인증제는 등록한 이후 3년이 경과한 국공립 박물관 및 미술관이 대상이다. 유효기간은 2년이다. 그러니까 3년째에 다시 평가인증을 받아야 한다.
평가대상고시는 매년 1월에 하며,
사업설명회는 7월,
평가 실시는 8월~11월
인증 발표는 12월에 하는 것으로 사업계획은 되어 있으나 보통은 해를 넘겨 통보한다.
* 이미 올해 1월에 인증을 받은 각 박물관, 미술관에 개별 통보했다.
우리는 언제쯤 제대로 하는 공립미술관을 볼 수 있을까?
평기 기준은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제8장 26조 5항) 시행령(제 17조의2 박물관 및 미술관의 평가인증)에 따라
▲ 설립 목적의 달성도
▲ 조직·인력·시설 및 재정 관리의 적절성
▲ 자료의 수집 및 관리의 충실성
▲ 전시 개최 및 교육프로그램 실시 실적
▲ 공적 책임 등
5개 항목을 평가한다.
그리고 5개 평가 항목 범주 내에 31개 내외로 구성된 세부 지표를 국공립 박물관 및 미술관 평가인증 시범운영을 2018~2019년에 시행하면서 개발하였다. 그러니까 2020년부터 제대로 된 평가인증제도가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평가인증제도는 왜 하는가, 꼭 필요한 제도인가
국공립 박물관 및 미술관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는 사립과 대학이 박물관과 미술관을 설립 운영하기 위해서는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 (제6장 등록)에 따라 등록을 해야 박물관, 미술관이라는 이름을 사용할 수 있다.
이법이 시행되기 이전에는 등록하지도 않고 박물관, 미술관이라는 이름을 사용한 적이 있다. 20여 년 전의 미술 관계 자료를 보면 현재와 달리 뒤에 **미술관이라고 붙인 것들이 많다. 이것도 따지면 박물관, 미술관이라는 보통명사를 국가에서 독점적으로 사용하는 권리를 갖게 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보기에 따라서는 보통명사를 국가에서 사용을 제한하는 것은 횡포이다.
1995년 김영삼 문민정부(1993~1998)가 들어서면서 박물관·미술관 1천 개 시대를 열겠다는 야심 찬 공약을 내걸었으나 1천 개에 도달하지는 못했으나, 급격하게 숫자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공약 뒷면에는 부실이 뒤따랐다. 이름만 박물관, 미술관이지 건립하고 수 년동안 등록도 하지 않고, 운영도 엉망진창이었다.
당연한 결과였다. 박물관, 미술관 이름만 들어보고, 가보기만 했지 실제로 운영해 본 전문가는 없었다. 말로만 학예사이고 큐레이터이지 그것을 어떻게 하는지 제대로 배운 사람도 제대로 가르치는 대학도 없었다. 다만 학문적으로 미술사니 미학이니 예술학이니 이런 학과만 있었던 시대이니, 현장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었던 것이다.
이런 이유로 날이 갈수록 폐해가 심해지자, 평가인증제를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에 2016년 신설하게 되었고 2017년부터 시행한 것이다.
2020년에 등록된 박물관 50개관 가운데 등록이 3년 경과하여 통과된 26개관(대상 36개관, 인증률 72.2%), 미술관 대상은 64개관 가운데 통과된 41개관(대상 55개관 인증률 74.5%)이었다.
2023년 평가는 박물관은 33개관(대상 49개관, 인증률 67.3%), 공립미술관 40개관(대상 67개관, 인증률 59.8%)을 인증기관으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평가 항목과 세부 지표에 따라 평가되었다고는 하지만 크게 신뢰는 가지 않는다. 위의 세부 지표 대로 부여된 점수표에 의하면 정량 60점, 정성 40점으로 구분되어 있다. 정량은 기관에서 제출한 서류로 점수를 부여하는 것으로 거의 만점에 가깝게 받을 것이다. 서류 작성하는 것은 형식을 맞추면 되므로 크게 어려울 것이 없기 때문이다.(아니라고 할 사람도 많겠지만 말이다.)
여기에 정성 점수는 40점으로 전문가가 현장에 나가 평가한다고 하지만, 이 중에서 20점만 받아도 통과 점수인 70점은 쉽게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추측한다. 정량에서 50점, 정성에서 20점 이렇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3년에 통과한 인증률은 박물관 67.3%, 미술관 59.%로 2020년보다 14.7%나 떨어졌다.
이것으로만 본다면 공립미술관 평가인증제도는 꼭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언제나 현실이 그렇듯이,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우리 미술관은 무엇이 문제인가(박물관도 그다지 다르지 않다)
평가제도 취지는 제대로 운영하여 박물관과 미술관의 질을 높이고 운영을 활성화하자는 것이다. 평가인증제 통과율이 20년에 비해 23년은 14.7%나 떨어졌다(박물관은 4.9%)는 것은 객관적으로 미술관 운영이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세부지표에 따라 배분된 점수에 따랐기에 이 정도 통과율이 나온 것이지, 세부지표에 따른 점수를 제대로 배분한다면 훨씬 통과율은 낮아질 것이다. 평가항목에 따른 세부지표를 보면 적정하다고 보이는 것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항목도 많다.
특히 세부지표에 따른 정량 점수 부분에서 관장 전문성(2점), 전시 구현의 전문성(6점), 교육 운영의 전문성(7점) 등은 분명히 관장, 학예사, 에듀케이터의 전공으로 평가할 것이다. 미술대학이나 유사학과를 나왔다면 모두 만점을 주었을 것이다.
또 당연하게 만점을 받을 수 있는 항목도 많다. 소장품 수집 전문성 및 적극도(4점), 소장품 보존 적정성(3.5점), 소장품 정보관리 적정성(5점) 이런 것은 조례대로 수집공고를 하면 받을 수 있는 점수이고, 미술관이 등록하기 위해서는 수장고가 있어야 하므로 이 부분도 모두 배분된 점수를 다 받을 것이다. 따지면 이 세부지표에 나온 정량 점수는 흔한 말로 거저 주는 점수라고 해도 무방하다.
그렇다면 전문가가 현장에서 조사하여 부여하는 정성 점수는 어떨까? 어떤 사람들이 현장에 가서 조사를 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전문가라는 사람이 할 것이다. 아니면 이것도 나라장터에서 수행할 업체를 선발해서 하는지도 모르겠다.
제대로 된 전문가라도 미술관을 운영해 본 사람이 아니라면 알 수 없는 것이 많다. 예를 들면 잠깐 현장에 가서 '지자체 유관기관의 이해도 강화노력'(1점), '내부 구성원의 기관 이해도 강화노력'(1점) 이런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특히 수장고 관련, 전시공간 관리, 이용자 시설 관리 등은 그저 눈으로만 평가하고 말 부분이다.
그래도 이런 것들이 부질없는 말이 된다면 좋겠다. 당신이 몰라서 그런 말한다. 실재로는 더욱 엄격하고 치밀하게 평가되고 현장에서 세세히 분석, 평가된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그것을 믿고 싶다.
이왕 실행되는 제도, 제대로 실행되어서 문화체육관광부(이 이름도 바뀌어야 한다)에서 주장하는 대로 박물관, 미술관 질을 높이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결국은 미술관을 운영하는 사람이 문제이다.
그런데 이런 항목과 세부 지표를 수행하는 이들은 결국 미술관을 운영하는 이들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관장과 학예사 그리고 관리를 담당하는 공무원이다. 세부 지표에서 리더십 관장에게 배분된 점수는 정량 정성 합해 5점이다. 과연 5점일까? 거의 부여된 100점 모든 것에 관계되는 것은 아닐까? 전시, 교육, 수집, 홍보, 공적 책임 모든 것에 관계되지 않은 것이 없다.
결국, 다시 말하면 제대로 일하는 관장이라면 이 평가인증제도는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미술관을 제대로 운영한다면 이런 항목과 세부지표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니까.
그런데 미술 부분에 관심 있는 이들이라면 알듯이 제대로 된 관장을 뽑지 않는다. 하나밖에 없는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을 선임할 때마다 말이 많다. 선임된 이후에도 말이 많다.
지방자치단체에서 공립미술관의 관장을 뽑는 시스템은 더 한심하다. 일반인은 당연히 관심 없고, 그 지역에 있는 미술에 대하여 안다는 사람들도 한마디 말도 못 한다. 그 잘못된 시스템과 행태를 말이다.
관장 공모는 공고를 내고 서류 심사를 거쳐 면접을 한다. 그리고 지자체 장이 임명한다. 여기에는 문제가 없다. 그런데 학맥을 없애고 지역성을 없앤다고 출신학교명을 서류에 기재하지 못한다. 당연하다고 여길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학맥과 지역성을 따지지 않을까? 오히려 증거가 없으니 더 강하게 작용한다.
서류에 통과하고 면접을 간다. 그러면 면접위원이 이런저런 질문을 한다. 그런데 이들은 말 그대로 면접만 하는 사람이다. 면접을 본 사람 중에서 적당하다고 하는 사람 2~3명을 선정해서 지자체 장에서 보고한다고 한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가장 적합한 사람을 면접위원이 선정해서 지자체 장에서 위임해야 하는 것이 정상 아닐까? 이런 방식으로 선발시스템을 하니 당연히 지자체 장이 마음에 둔 사람을 뽑게 되는 것이다. 능력보다는.
그리고 면접위원이라는 사람도 과연 공립미술관 운영에 관해서 전문가일까? 미술관을 한 번도 운영해보지 않은 사람, 혹은 미술 부분에 전혀 관계없는 사람이 면접을 하는 것은 아닐까?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싶지만, 현실은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증거자료가 없으니 속단할 수 없지만,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을 비롯해 지금까지 지자체에서 일어난 공립미술관 관장 선정에 관한 여러 보도를 보면 충분히 추측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런 사람이 관장으로 자리하면 당연히 학예사를 관리하지 못한다.
학예사의 공무원 직제상 정확한 명칭은 '학예연구사'이다. 즉 행정이 아니라 연구하는 직책이라는 것이다. 행정 체계대로 움직이는 공무원이 아니라, 연구해서 그 직책을 수행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도 자기 마음대로 하는 것이 아니다. 도덕적, 법적 범위에 벗어나지 않고 자신이 가진 역량과 최대의 노력을 해야 하는 연구직이다. 그런데 지자체 공립미술관 학예사는 이런 자세를 갖는 이들을 별로 본 적이 없다.(그렇지 않다고 하는 이들이 제발 많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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