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솔올미술관이 루치오 폰타나 전시로 개관했다고 자랑하더니 앞날이 불투명하다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강릉 교동7공원에 지어진 솔올미술관은 지상 2층, 지하 1층 연면적 3,220㎡ 규모이다. 인근에 아파트를 짓는 교통파크홀딩스(시행사)가 미술관과 공원을 조성한 후 올 8월에 강릉시에 기부채납한다는 계획이다.
기부채납이라는 달콤함 속에는 독이 들었다.
간단히 말하면 민간업체가 토지 개발사업을 하고 그 이익금으로 문화시설을 건축해 지자체에 권리 일체를 기부하는 것을 말한다.
지차제에서는 세금을 들이지 않고 문화시설을 짓을 수 있으니 그 달콤함에 빠져, 이런 조건을 받아들여 개발계획을 승인해 준다. 하지만 여기에는 독이 숨어있다. 가장 큰 문제는 계획을 승인한 자와 인수받는 자가 다르다는 것이다.
즉 이런 규모의 개발은 지자체의 장이 승인을 한다. 승인을 해준 단체 장이 그대로 자리를 유지하면 그나마 상황이 좋겠지만 십중팔구는 그렇지 않다. 개발이 완료될 때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인수받을 때는 단체 장이 이미 바꿔이 있다. 여기서부터 문제가 시작된다.
이렇게 주인 없는 건물을 누가 잘 지을까? 개발을 담당하는 시행사는 당연히 이익을 최우선으로 한다. 그러니 그 건물을 정성 들여 잘 지을 이유가 없다. 대략대략 지을 것이 뻔하다.(물론 모두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또 이런 글에 발끈하는 이들이 많아 조심스럽긴 하다) 이런 형식은 꽤 오래전부터 있었다. 대부분 망각의 늪에 빠져서 그렇지만.
또 인수할 지자체에 근무하는 공무원도 신경 안 쓰기는 마찬가지이다. 언제 기부채납 받을지 알지 못하는 일에 신경 쓸 여력이 없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무신경하게 되고 어떻게 설계가 되는지 아무도 지자체에서 모르게 된다.
들어가 살 사람은 방이 몇 개인지 화장실과 주방 크기는 어떤지 아무것도 모른다. 그러니 제대로 된 건축물이 나올 수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건축물에 조금씩 하자가 있는 것은 보수하면 된다. 그런데 운영 방법이나 규모에 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짓는 건물은 골칫덩어리가 되기 마련이다.
앞으로는 이런 문제가 안 생길 여지가 있다. 이제 지자체에서 공립미술관을 건립하기 위해서는 설립타당성 사전평가를 받아야 한다. 최근에는 이 평가를 통과하기가 그렇게 쉽지 않다. 무분별하게 미술관 건립을 계획하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는 두 가지 사례(속으로 보면 아주 복잡한 일이 된다)
인천시는 아트센터인천 사업을 송도 국제업무단지 개발사업 시행자인 송도국제도시 개발유한회사(NSIC)에 2007년에 요구해 시작되었다. NSIC는 송도 국제업무단지 내 주택단지 3개를 개발한 이익금으로 콘서트홀(1단계)과 오페라 하우스(2단계) 등을 지어 시에 기부채납하고 잔여 수익금도 시에 납부하기로 했다.
우여곡절 끝에 2017년에 콘서트 홀은 사용 승인이 되어 12월에 기부채납 받기로 한다. 하지만 2년이나 시간이 흐른 뒤였다. 내용 상으로는 복잡한 사정이 있지만 여기서는 이를 제외하고 말하면, 인천시는 이 콘선트홀을 기부채납 받아도 운영할 비용을 조달하는 것이 문제였다. 건축한 뒤에도 문제가 많아 객석을 다시 바꾸기도 했다.
사전에 운영을 염두에 둔 설계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이다. 음악당을 운영하기 위해 지자체에서 어떻게 할 것인지 계획도 없고, 협의도 하지 않으니 민간업체는 일하기 편한 대로 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개발이익금에 대한 정산도 문제다. 하여튼 그 복잡한 사정을 이겨내고 지금은 어느 정도 운영되고 있는 듯하다. 음악당 운영에 관해서는 일자무식이라 더 언급할 만한 것이 없다.
수원시립미술관도 기부채납으로 지어진 미술관이다. 수원 권선동에 아파트 건설사업에 따른 개발이익을 환원하기 위해 미술관을 기부채납한다고 2012년 7월에 수원시와 현대산업개발이 협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수원시의 요청에 따라 미술관 자리가 행궁동으로 옮겨 건축했다. 그런데 미술관을 기부채납하는데 개발이익에 비비해 너무 작고, 수원시와 현대산업개발이 수원시립미술관 이름에 아이파크를 포함시킨다고 공식화해서 민간단체에서 이의를 제기했다. 하지만 시와 민간업체는 원안대로 밀어붙였다.
결국은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으로 이름이 굳어졌다.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에서 수원시립미술관으로 이름이 바뀐 것은 2022년이었다. 2016년에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으로 시작해 2022년 그러니까 6년 만에 수원시립미술관이 된 것이다.
여기서도 문제는 기부채납과 함께 개발이익금에 관한 복잡한 문제가 아트센터 인천과 마찬가지로 일어난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 수원시립미술관은 이름마저도 민간기업을 홍보하는 꼴이 되었던 것이다. 한 번 잘못되면 원상회복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이뿐만 아니라, 기부채납이라는 이름으로 짓어진 문화시설에는 알려지지 않은 많은 문제가 있었다.
강릉 솔올미술관도 시간이 흐르겠지만 결국은 정상화될 것이다. 다만 많은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그 책임은 아무도 지지 않겠지만.
제대로 일하는 공립미술관과 일하지 않는 공립미술관 구분법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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