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한국 현대 도자공예: 영원의 지금에서 늘 새로운>(Unfolding the Dynamics od Modern Ceramics in Korea) 전시가 11월 21일부터 내년 5월 6일까지 열린다. 언론기사에서는 1994년 <한국 현대도예 30년> 이후 30년 만에 대규모 전시라고 하지만, 내용이나 전시형식이나 규모에서는 비할바가 못 되는 전시인 듯하다.
전시 명칭이 '영원의 지금에서 늘 새로운'으로 되어있는데, 이는 리플릿에 의하면 미술사학자 고유섭(高裕燮, 1905~1944) 선생님이 "전통이란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고유한 가치를 드러내는 '영원의 지금에서 늘 새롭게 파악된 것'으로 정의했다"라고 어느 책에선가 한 말을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고유섭 선생님이 21세기 현대도자 상황을 보면서도 그렇게 말할까? 아마도 생각이 바뀌지 않을까? 인용한 글에서 무엇을 전통이라고 했는지 알 수 없지만, 상식적으로 현대도자에서 과거 우리의 도자기 전통을 찾는다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전시 명칭은 전시의 내용과 형식을 가늠하게 하는 상징이라면 이번 전시 명칭은 오해의 소지가 크다고 보인다. 30년 전에 했던 <한국 현대도예 30년>이 훨씬 이해하기 쉽게 간명하게 부를 수 있어 잘 작성된 이름인 것은 분명하다. 여러 면에서 생각해 볼 여지는 많지만 이 정도 말하고 다음으로는 전시에 관한 설명문을 봐야겠다.
전시 구성은 프롤로그. 현대성의 태동, 1부. 정체성의 추구, 2부. 예술로서의 도자. 3부. 움직이는 전통, 이렇게 네 부분으로 되어있다. 이렇게 구성한 것은 평이한 것이고, 일반이 보더라도 특별하게 보일 것이 없는 구성이다.
1부 정체성의 추구에서는 1961년 이후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등장한 민족중흥 정책은 국가적 정체성을 확립하고 전통을 부활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설명하면서.
건축설계와 도예가가 협업한 도화 혹은 건축 도자라는 것을 사진으로 제시하고 있다. 하긴 커다란 아파트나 상가건물 외벽에 붙은 것을 실물로 보여주기도 어려울 것으로 사진으로 이를 대체하고 있다는 점은 이해는 가지만 어딘가 어색한 것은 분명하다. 그 이유는 시기적으로 60년대 김수근 등 건축가들이 건물 외벽에 장식물로 도자를 도입했다는 것을 제시하려는 의도는 이해가 가지만, 과연 정체성의 추구라는 것과 상통하는지가 의문이다. 그냥 구색 맞추기 정도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도 외벽을 장식하는 용도로 타일 같은 형태로 문양을 구성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지금으로 말하면 일정 규모 이상인 건물에 미술 장식품을 설치해야 하는 그런 것처럼 보이는 장식물을 정체성 추구라는 항목에 넣었다는 것이 이해하기 어렵다.
2부와 3부에서도 약간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다. 공방 혹은 기업의 것들이 함께 전시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것을 어떻게 봐야 할지 정확하게 정의하기는 여기서 어렵겠지만, 이상한 것은 분명하다. 더욱이 3부에서는 움직이는 전통이라는 아래 이런 부분이 많이 도입된 것은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가늠하기가 어렵다.
전시에 출품한 작품도 거의 나열식으로 되어 있어, 온전히 하나의 작품으로 감상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나열식 전시였다는 점이다.
규모도 2개 실 정도 큰 규모라고 할 수 벗으며, 작품도 거기가 소장품이거나 대여 작품이다. 3부에서는 그나마 활발하게 활동 작가의 작품이 몇 점 있기는 하나 현대 도자공예의 전모를 보여주기는 역부족이다. 이에 비해 기업제품이나 공방의 것들이 눈에 더 두드러지는 것은 무슨 현상일까.
현대 도자공예에 관하여 연구한 학예인력이 없어서 이렇게 밖에 할 수 없었다면 더욱이 문제는 크다고 할 수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한국 현대미술의 전체 상황 혹은 전 장르에 대하여 연국하고 기록해야 할 의무가 있는 국립기관이다. 그럼에도 30년 만에 열리는 한국 현대 도자공예 상황을 이런 정도로 전시하고 그것을 30년만에 하는 전시라고 보도자료 내는 것은 약간 민망한 일이라고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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