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는 '공립박물관 미술관 설립타당성 사전평가제'를 개정한다는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공립박물관 미술관 설립 시에는 문체부 장관에게 설립타당성에 관하여 사전에 일정한 서류를 갖추어 사전평가를 받아야 하는 것을 지방자체단체에게 이양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공립미술관이 제대로 설립이 될 수 있을까? 의문이다.
1. 공립박물관 미술관 설립타당성 사전평가는 무엇인가?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약칭 : 박물관미술관법)
제3장 박물관과 공립 미술관 제2조의 2(공립박물관 공립미술관의 설립타당성 사전평가)
①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제3조 제1항 제2호 및 같은 조 제2항에 다른 공립박물관 공립미술관을 설립하려는 경우에는 미리 박물관 미술관 설립 운영 계획을 수립하여 문화체육관광부장으로부터 설립타당성에 관한 사전평가(이하 "사전평가"라 한다)를 받아야 한다. <개정 2017. 11. 28>
② 시전평가의 절차, 방법 등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한다.
그러면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 시행령(약칭 : 박물관미술관법 시행령)을 보자.
제7조의2(공립 박물관ㆍ공립 미술관의 설립타당성 사전평가)
①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법 제12조의2제1항에 따라 공립 박물관 또는 공립 미술관의 설립타당성에 관한 사전평가(이하 “사전평가”라 한다)를 받으려면 문화체육관광부령으로 정하는 사전평가 신청서에 다음 각 호의 사항에 관한 서류를 첨부하여 문화체육관광부장관에게 제출하여야 한다.
1. 설립의 목적 및 필요성
2. 박물관 또는 미술관의 설립 추진계획 및 운영계획
3. 운영 조직 및 인력구성계획
4. 부지 및 시설 명세
5. 박물관 또는 미술관 자료의 목록 및 수집계획
② 사전평가는 반기별로 실시한다.
③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상반기에 실시되는 사전평가를 받으려면 1월 31일까지, 하반기에 실시되는 사전평가를 받으려면 7월 31일까지 제1항에 따른 사전평가 신청서와 첨부 서류를 문화체육관광부장관에게 제출하여야 한다.
④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상반기에 실시되는 사전평가의 경우에는 4월 30일까지, 하반기에 실시되는 사전평가의 경우에는 10월 31일까지 해당 사전평가를 완료하여야 한다.
⑤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제4항에 따른 사전평가 결과를 사전평가 완료일부터 14일 이내에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장 및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에게 통보하여야 한다.
⑥ 제1항부터 제5항까지에서 규정한 사항 외에 사전평가의 운영 등에 필요한 사항은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정한다.
[본조신설 2016. 11. 29.] [제목개정 2018. 5. 28.]
2. 어떻게 고치다는 것인가.
가. 공립박물관 및 미술관 사전평가의 지방 이양
○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의 공립박물관 미술관 설립타당성 사전평가사무를 지방자치단체로 이양
나. 국립미술관 및 미술관 사전평가의 법적 근거 신설
○ 중앙부처의 장이 국립박물관 미술관 설립 시 기획재정부의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 작성지침'에 다라 시행하던 사전평가를 법령에 근거하여 시행토록 근거 마련
3. 바뀌는 것은?
사전평가제를 지방자치단체장이 시행한다. 여기에 박물관 미술관 설립 예산은 국비 50% 지방비 50%로 되어있었던 것을 법적 근거를 마련하여 지방비 100%로 한다는 의미이다.
이렇게 법률이 개정되면 문체부는 지자체가 지역특성에 맞게 자율적 문화기반을 조성할 수 있도록 해 지역주민의 문화향유권이 증진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발표했다.
과연 그럴까?
이 '설립타당성 사전평가'라는 이 말은 애매모호하기 짝이 없는 말이다.
평가의 사전적인 의미는 1. 물건값을 헤아려 매김. 또는 그 값, 2. 사물의 가치나 수준 따위를 평함. 또는 그 가치나 수준이다. 그러니까 평가 이후에 어떻게 한다는 것은 진흥법, 시행령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평가를 해서 그 수준에 미달하면 설립을 허가하지 않는다든지, 허가한다든지가 있어야 하는데 없다.
그래서 법이 꼼수를 부리는 것이다. 평가라는 말로 심의허가제를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엄밀하게 하면 평가수준에 미달하면 허가하지 않는 것이니 공립미술관 설립은 심의허가제인 것이다. 그런데 이 심의허가제라는 말을 사용하여 문화자율성을 침해한다는 말을 듣기 싫으니 평가라는 말은 대신 사용한 꼴이 되는 것이다. 심지어 평가제 혹은 평가제도라는 말도 없으니 무엇보다 명료하게 정의되어야 할 법을 우리 한글로 멍텅구리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박물관 미술관 설립타당성 사전평가와 평행선인 평가인증제도가 있다.
이에 관해서 이미 두어 번 글을 올린 적이 있다. 이것도 사실 웃기는 법이 되고 있다.
통과율 59.8%? 국공립박물관미술관 평가인증제도는 필요한 제도인가?
그러면 번거롭게 왜 이런 법을 만들고 일을 하고 있을까?
박물관은 어떨지 몰라도 적어도 지방에 있는 미술관은 지방자치단체장 혹은 소수의 작가들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입맛대로 미술관을 이리저리 휘돌려 자신의 치적용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미술관은 이런 치적용으로 활용하기 아주 좋은 사업인 것이다.
먼저, 미술관을 세운다고 하면 지역주민이나 작가들 그리고 그 주변의 관계자들에게 문화를 안다고 추켜세움을 당하고, 생색내기 딱인 것이다. 문화의 시대이니 시대에 걸맞은 사업이라고 치장하기도 좋다.
그래서 준비도 없이 미술관에 관한 최소한의 소견도 없이 무조건 설립한다고 하니 이런 말도 안 되는 설립다탕성 평가라는 법 조문을 만들어 낸 것이다. 그러니까 그 원인은 역량이 안 되는 미술관을 설립하려는 지방자치단체 때문에 생긴 것이다.
두 번째, 우후죽순으로 지역의 출신 작가 이름을 새긴 공립미술관을 설립하려는 것을 어느 정도 방지하려는 의도 때문에 이 법이 생긴 것이다. 이런 현상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많은 지면이 필요하지만, 반론을 무릅쓰고 간단히 적으면 다음과 같다.
누구나 알만한 작가, 미술사에 큰 흐름을 만든 작가 혹은 대중에게 미적 취미를 제시하여 인정받은 작가 등 이런 이해할만한 작가의 이름을 단 공립미술관을 설립한다면 굳이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위와 같은 목적이 더 강하고 밀심에 의해 암묵적으로 합의한 공립미술관을 설립하려 하기에 이런 법이 생긴 것이다.
이외에도 많지만 다음을 기약한다.
그러면 문체부는 사전평가를 왜 바꾸려는 것인가? 그 저간의 사정을 속속들이 알 수 없지만, 일단 지방정부와 중앙정부의 어떤 의견 일치점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자치단체는 미술관 설립타당성을 통과하기 어려워 이를 해소하려는 것이고, 중앙정부는 생색을 내면서 예산은 100% 지방에 일임하는 것이다. 그동안은 중앙정부에서 50%를 담당한 것을 안 해도 된다는 점에서 어떤 일치를 본 것은 아닌가 싶다.
공립박물관 미술관 설립타당성 사전평가를 개정한다고 공립박물관 미술관 설립이 쉬운 것은 아니다. 사전평가는 이렇게 한다고 하더라도, 그 외에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왕 개정한다고 하니 잘 되길 바랄 뿐이다. 하지만 설립이 목적이 되어선 안된다. 운영이 목적이 되어야 한다. 그것도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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