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문화의 다리 잠수교 설계공모'에서 세계에서 가장 긴 미술관을 내건 출품작을 선정했다. 시민이 걸어서 한강을 즐길 수 있는 수변공간으로 잠수교를 조성하는 프로젝트로 예정 설계비 7억원, 예정공사비 165억원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 실현에 대하여 전문가는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왜 잠수교를 못살게 구는지, 서울시는 홍수위는 검토했는지...
KBS 뉴미디어 채널 크랩(KLAB)이 전문가와 함께 위험성을 경고하다
5월 30일 크랩은 "잠수교 이렇게 바뀐다는데... 괜찮은 건지 전문가와 알아봄"이라는 유튜브 영상을 올렸는데 댓글이 5일 만에 3,152개나 달렸다.
먼저 댓글로 올라온 시민들의 의견을 들어보자.
- 전문가가 반대하면 좀 들어라... 안전이랑 관련된 문제잖아...
- 이해가 안 가는 게 이미 잠수교는 역사적 스토리에 의해서 충분히 독자적이고 독창적인 시민들의 휴식공간인데 저기를 굳이 네덜란드 사람들이 만든 엉뚱한 구조물을 매단다는 게 이해가 안 가네요.
- 세금을 또 얼마나 해 * 먹으려고 여름 장마에 다 쓸러 나가고 또 보수하고 어쩌고 난리 나겠네
- 세종시도 외국인이 설계한 대로 했다가 대중교통 폭망하고... 살기 힘든 도시됨
- *짓하지 말고 그냥 다리 하부 페인트로 깨끗하게 바르고 도로 좀 깨끗하게 정비해서 깨끗하게 만들어 놔라
3천 개가 넘는 댓글에서 찬성 혹은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의견을 보인 글은 찾아볼 수가 없다. 거의 100% 설치 반대이거나, 부정적인 의견이다.
서울시민은 자꾸 무언가를 만들어 놓기보다는, 공간을 비워두고 깨끗하게 관리하는 것을 더 원하고 있다. 무언가 공간을 채워 그렇지 않아도 답답한 서울을 더욱 답답하게 만드는 것으로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위 크랩에서 교량 전문가가 지적하는 점을 들어보자.
- 무엇보다 2층 보행다리 높이가 문제 있다. : 한강다리 구조물은 계획홍수위 16.1m가 아니라 18.1m 위에 구조물을 설치해야 한다.(한강다리 계획홍수위보다 2m 여유공간을 두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설계는 과거 최고 홍수위인 13.7m를 근거로 80cm 높여 14.5m에 보행테크를 설치한다고 되어있다.
이는 계획홍수위보다 보행데크가 훨씬 낮게 설치되어 있으며, 홍수 시에 부유물이 다리에 걸리거나, 물속에 보행데크가 완전히 잠기면 보행데크가 휩쓸려 떠내려갈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 실제로 벌어질 수 있는 위험을 예상하면,
첫 번째 홍수위가 높아진다. 물속에 흐르는 물을 막으려고 하는 물체가 있으니까 상류 쪽 수위가 올라간다.
두 번째는 물속에 있는 물체는 물 흐름 때문에 강하게 요동을 친다. 즉 물 흐름을 방해하면, 물이 흐를 수 있는 면적이 줄어들므로 물의 속도는 빨라진다. 잠수대교의 기초는 흙인데 그 흙이 물에 쓸려 갈 수도 있다. - 18.1m에 맞추어 보행데크는 설치할 수 없다. 왜냐하면 반포대교 자체가 18.1m보다 낮게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 뿐만 아니라 보행데크를 매다는 케이블은 반포대교 교각에 매다는 것으로 설계되어 있는데, 군중하중(해당 면적에 사람이 가득 들어섰을 때 무게) ㎡당 350㎏, 0.35t인데 반포대교의 교각 사이의 거리는 30m이다.
이렇게 꽤 큰 하중이 반포대교에 추가로 작용하는데 1982년에 세운 반포대교의 기초검토나 교각 자체의 안전성도 검토해야 하는데...
이 토목구조전문가의 우려를 '문화의 다리 잠수교 설계공모'에 출품했던 작품을 심사했던 심사위원들은 몰랐을까?
문화의 다리, 잠수교(디자인 설계 및 콘텐츠 기획)설계공모 심사의견
최종 당선작은 아치 미스트(Arch Mist, 대표 Ningzhu Wang, 네덜란드) 회사의 '세상에서 가장 긴 미술관(The Longest Gallery)'이 선정됐다.
심사위원의 종합 의견에서도 우려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심사위원의 임무가 당선작을 뽑는 것이니 그들이 소임을 하면서도 자신들의 의견에 우려의 소리를 약간 우회하거나 작은 소리를 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 (중략) 발주처의 명확한 방향 설정 및 프로젝트 위상에 맞는 예산 확보, 프로젝트의 난이도와 실재 실현을 위한 엔지니어링 측면의 사전 스크리닝과 서포트가 필요하다. 또한 예상 참가자들의 자격에 대한 논의도 필요할 것이다. 건축가뿐만 아니라 조경가, 도시전문가, 구조기술자, 엔지니어 등까지 문호를 확대할 필요가 있는 프로젝트였다. 또한 심사위원회나 기술위원회의 구성도 발주처에서 예상하는 완성 프로젝트의 형질에 걸맞게 선택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난맥적 상황에서 심사위원회는 성심성의껏 장시간의 논의와 토의를 거쳐 당선작을 선정하였다.
개별 심사위원 의견도 알아보면
- 최윤희 : (실현가능성) 고정식 케이블 앵커링에 대한 구조 검토 및 해석이 구체적으로 검토 및 반영되어야 함
- 김재경 : 상부 구조물이 현구조체에 무리가 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해결책이 필요할 것이다.
- 송수진 : 위층의 구조물에서 다인원이 뛰거나 (중략) 행동을 할 때, 얼마 견고하게 지탱할 수 있는지, 높이가 주는 위험 요 소는 없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함. 홍수위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는데 위층 구조물에 어떤 영향을 줄지 살펴볼 필 요가 있음
다른 심사위원도 거의 비슷한 의견이 많았다.
보도된 기사에 의하면, 임창수 서울시 미래공간기획관은 “설계 공모의 시작부터 많은 신경을 써온 만큼 시민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문화의 다리가 조성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심혈을 기울일 것”이라며, “첫 한강보행교이자 한강 위에 생기는 첫 수변문화공간이 될 잠수교의 변화에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라고 전했다고 했다.
서울시의 공공 공간 조성에 관한 접근 방식 혹은 행정에 대하여
이미 서울시는 문화사업 혹은 공공 공간조성, 조형물 설치 등에서 행정으로 여러 실수를 저지른 예가 많다. 최근에 영화 괴물에 나온 형상을 그대로 만든 조형물을 철거한다고 보도되었다.
노들섬은 또 어떤가? 이미 박원순 시장 시절에 여러 번 갖가지 사업을 벌였다가 실패했다. 서울역 앞에 있는 7017도 마찬가지이다. 외국 유명 업체를 선정해 갖은 홍보로 자화자찬하더니 몇 지나니 아무도 찾지 않는 곳이 되었다.
처음에야 호기심으로 사람이 몰렸지만 곧 식상해졌고, 그곳에 주변에서 일하는 이들도 가지 않는 곳이 되었다. 생가해보면 누가 뜨거운 햇빛을 받으며 걸을 것이며, 누가 한 겨울에 찬바람을 맞으며 걸을 것인가. 보, 가을도 마찬가지이다. 자동차가 지나다니며 뿜어내는 매연 속에 난 공중 길을 누가 걸을 것인가.
모두 근시안적이고, 이적 사업일 뿐이다. 거기에 문화고 미술관을 갖다 뿐인 것일 뿐이다.
제발 미술관, 미술을 그냥 내버려 둬라. 그런다고 미술인들이 좋아할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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