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생명주기를 가진 갤러리에서 비교적 좋은 전시를 한다고 알려진 갤러리 함을 방문했다가 만난 작품에 대하여 간단히 언급하려 한다. 3월부터 진행되는 전시 '귀머거리 공화국'(Deaf Republic) 연장 중이었다. 다소 생소한 작가들 작품도 있었지만 그중에서 개인적으로 눈에 띄는 작품이 있었다.
경제성을 생각한 듯 리플릿은 A4용지에 프린트한 것이 다이다. 출력물로 대신한 것은 어쩌면 요즘 읽기 싫어하는 세태를 반영한 것이리라.
한글 절반, 영문 절반, 그리고 작품위치를 표시한 출력물도 있었는데 한글은 하나도 없다.
그래서 한국 작가가 없는 줄 알았지만, 그렇지는 않았다. 알고 보니 내가 관심이 간 작가는 한국인, 한국 국적으로 가진 미국인이었다. 한국인 피가 흘러서 인지도...
먼저 마이크 리(Mike Lee), '축복하다'(Bliss, 명사로 해석해야 하나?), 2024, 캔버스에 유채, 121.9 × 152.4cm
마이크 리는 이민 2세대로 흔히 하는 말로 미국 교포이다. 그의 이력이 좀 독특하다. 로스엔젤리스에 있는 오티스 미술대학을 2006년에 졸업하고 영화 특수효과를 제작하는 루카스필름과 21세기 폭스사에서 2018년까지 디자이너를 일했다.
그는 2009년부터 자신만의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 2009년부터 퇴근하고 그림공부를 했다고 한다.
미이크는 리는 흑백으로 캔버스에 유화물감으로 그리는데 23년 개인전에서는 마치 색이 없는 색종이를 오려 붙인듯한 인상을 받는 작품을 발표했었다.
이번 귀머거리 공화국 전시에서는 흑백으로 된 화면은 같으나, 훨씬 자연스럽고 많은 소재가 등장하면서 부드러워진 화면을 보여주고 있다. 백과 흑 사이에 자연스럽게 보이게 하는 그라데이션을 능숙하게 사용하면서도 유화물감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아주 정교하게 마감하고 있다.
어쩌면 붓이 아니라 뿌리는 방법을 동원했는지도 모르겠다.
그가 말하는 주제는 아직 모르겠으나 화면 구성력이나 기법면에서는 충분히 눈에 띌 정도로 능숙하다. 앞으로 어떻게 그의 작품이 변해가는지 시간이 되는 대로 추적해보고 싶다.
다음으로는 한지형(Jihyoung Han), I Brought You My Bollets, 2024, 캔버스에 아크릴릭, 190 × 280cm
작품 위치를 안내하는 출력물에 영문으로 Jihyoung Han 쓰여있어서 처음에는 한지형이라는 이름을 몰랐다.
그는 1994년 생으로 한국예술종합학교 학부와 석사과정(이 학교에서는 다르게 부르지만)을 졸업하고 열심히 작업하고 있는 신진작가라고 해도 될 것 같다. 올해 서른이니 말이다.
갤러리 소개 문구에는 "한지형 작가의 신작(2024)은 현실과 작가가 구현한 미래의 경계를 허무는 시각적 장치가 되며"라고 설명되어 있었으나, 그 뜻이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의 작품이 일단 시각적으로 끌어당기는 힘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어떤 주제로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그의 작품 제목이 재미있다. 사전적으로야 내 총알을 가져왔다는 뜻인데 그런 의미가 아닌 것 같아, 인터넷을 뒤졌다.
미국 록밴드 마이 케미컬 로맨스의 첫 번째 앨범 제목이라고 것을 알았다. 퍼키락이라고 한다. 관심 있는 이들은 한 번 들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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