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다섯가지 질문 김승영(제16회 김종영미술상 수상 기념전)
김종영미술관, 2024.11.15 ~ 2025. 01.05
남자 1.
자신보다 큰 흑백 사진을 벽 붙이고 돌아선다.
액자 없는 사진은 인화지 무게를 못 이겨 이내 벽에서 떨어진다.
그 남자는 돌아와 벽에 붙인다.
하지만 사진은 곧 벽에서 떨어진다.
남자가 돌아와 다시 붙인다.
다시
떨어진다.
다시
떨어진다.
사진 속에는 그 남자가 있다.
무표정한 얼굴이 흑백 사진에 그대로 묻어난다.
그 표정이 몸으로 이어진다.
여유 없는 몸은 바닥에 떨어진 사진을 집어 올린다.
그리고 그대로 벽에 사진을 붙이지만 곧 사진은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진다.
그 남자는 다시 돌아와 얼굴 표정 그대로 사진을 벽에 꾹꾹 누른다.
하지만 다시 떨어진다.
떨어진다.
다시
떨어진다.
다시
남자 2.
자신보다 큰 흑백 사진을 벽 붙이고 돌아선다.
액자 없는 사진은 인화지 무게를 못 이겨 이내 벽에서 떨어진다.
그 남자는 돌아와 벽에 붙인다.
하지만 사진은 곧 벽에서 떨어진다.
남자가 돌아와 다시 붙인다.
다시
떨어진다.
다시
떨어진다.
사진 속에는 그 남자가 있다.
머리숱이 많은 무표정한 얼굴이 흑백 사진에 그대로 묻어난다.
그 표정이 야리야리한 몸으로 이어진다.
여유 없는 몸은 바닥에 떨어진 사진을 집어 올린다.
그리고 그대로 벽에 사진을 붙이지만 곧 사진은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진다.
그 남자는 다시 돌아와 얼굴 표정 그대로 사진을 벽에 꾹꾹 누른다.
하지만 다시 떨어진다.
떨어진다.
다시
떨어진다.
다시
김승영의 이번 전시는 김종영미술상 수상 기념전으로 김종영미술관에서 25년 1월 5일까지 열린다. 이 전시는 삶의 다섯 가지 질문이라는 제목이 붙여졌다. 왜 다섯 가지인지는 모르겠지만, 살다 보면 왜 다섯 가지만 있겠는가. 하루에도 12번은 생겼다 사라졌다 반복하는 것이 인생인 것을.
남자 1과 남자 2는 <자화상>(싱글채널)으로 하나는 1999년에 또 하나는 2024년에 제작한 것이다. 25년 사이를 두고 제작한 자화상을 김승영은 서로 마주 보게 설치했다. 하지만 관람자는 동시에 이 작품들을 볼 수 없다. 반드시 하나씩 볼 수밖에 없다.
자신의 꿈 또는 행복, 목표 또는 무언가를 위해 지칠 줄 모르고 노력하는 인간의 모습이 보인다. 아니 목적이나 목표 없이 무한히 반복하는 우리 일상의 모습이 보인다. 해석이 무엇이든, 인간은 살려고 발버둥 친다. 25년 전에도 그랬고 25년이 지난 지금도 같은 행위를 반복한다.
머리숱 많은 그 젊은이가 머리숱이 많이 사라진 모습으로 변할 때까지도 같은 행위를 하고 있는 모습이 바로 삶이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내 인생도 짠하게 느끼게 된다.
좋은 전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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