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없는 작가로 유명한 거리의 작가 뱅크시가 자본주의에 철저하게 저항한다고 하면서, 자본주의를 이용해 많은 돈을 벌고 있다. 인사동 그라운드 서울(groun seoul)에서는 리얼 뱅크시(Real Banksy)에 리얼(Real)은 없었다. 페이크(Fake)를 보며 즐거운 웃음을 짓는 관람객을 보며, 우리의 미술감상문화를 생각한다.
뱅크시는 SNS를 잘 활용하는 작가이다. 매스미디어도 적극 활용해 자신을 알리는 일에 천재적인 재능을 발휘하는 작가이기도 하다. 일례로 소더비 경매장에서 <풍선을 든 소녀>가 낙찰되자 파쇄장치를 한 액자에서 판화가 내려오며 잘리는 장면을 온 세계에 실시간으로 공개되게끔 기획했다. 자신이 액자에 장치를 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미리 찍어둔 비디오를 공개하고 단추를 누르는 장면도 공개했다. 호사가들은 자본주의 혹은 돈과 현대미술의 관계를 고발했다는 식으로 평가했지만, 리얼은 자신의 몸값 올리는 일로 철저하게 계산한 행동이다라고 볼 수도 있다.
<풍선을 든 소녀>는 2018년 10월 5일 소더비 런던에서 1,042,000파운드(약 17억원)에 낙찰되었지만, 2021년 10월 14일 소더비 경매에 다시 나와 18,582,000파운드(약 298억원)에 낙찰되었다. 약 3년 만에 17배가 넘게 상승한 가격으로 낙찰된 것이다. 이보다 더 뱅크시라는 이름을 알릴 수 있는 효과적인 마케팅은 없을 것이다.
2024년 3월 런던 한 주택가 외벽에 그린 그림으로 화제를 불려 일으켰다. 뱅크시는 이처럼 거리의 화가로 자신의 예술을 알리고 있다. 뱅크시는 이처럼 시의적절하게 자신을 알리는 행위를 한다. 거리의 미술 그래피티 예술 등으로 불리며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고 있다.
그럼 전시 <리얼 뱅크시>에 왜 '리얼'이 없는지 이야기해 보자. 진품이라는 확인을 해주는 기관 -뱅크시 자신이 세운 페스트 컨트롤이라는 회사- 에서 인증을 받았다, 혹은 출품된 작품 몇 개(정확한 숫자는 모름)는 뱅크시가 확인해 준 작품이라는 근거를 들어 뱅크시의 진품을 전시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뱅크시의 진품은 하나도 전시장에 없다고 해야 정확한 진술이 될 것이다.
스트리트 미술, 그래피티라는 것이 현장, 길거리, 담벼락에 공공건축물인 다리나 육교 등등에 최대한 빠르게 그리고 사라지는 것들을 일컫는 말이다. 그러니까 작가가 직접 그 현장에서 그린 것은 거리 어디에 그대로 있는 것이다. 물론 돈 욕심에 이것을 떼어 내어 옮기는 일도 많았지만 말이다. 하여튼 스트리트 아트는 작가가 그린 그곳에 있어야 의미가 있다는 것은 당연하다.
풍선을 든 소녀만 해도 뱅크시는 여러 곳에 그렸다. 그러니까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스스로 여러 버전을 여러 장소에 그렸다. 그럼 전시장에 있는 그림은 무엇인가. 그것은 판화들이고 인쇄물이다. 판화는 진품이 아니냐 하고 할지 모른다. 정보를 취합해 보면 뱅크시가 인정한 곳에서 판화를 제작한다고 한다. 직접 판화를 만들거나 검수하는 것이 아니라 인증받은 곳에서 판화를 제작한다? 이것을 진품이라고 해야 하나.
엄밀하게는 리얼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니까 리얼 뱅크시에 리얼은 없다.
그렇다면 반드시 작가가 직접 그려야만 리얼인가라고 한다면 이건 다른 차원의 질문이다. 하여튼 현대미술은 복잡하다. 리얼과 페이크를 구분하는 기준도 없으니 말이다. 이런 점을 알고 전시 리얼 뱅크시를 관람하고 있을까 일반 관람객은.
우리 사회의 껍데기 문화현상은 언제쯤 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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