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동산 박주환이 수집하고 그의 아들 박우홍이 기증한 동양화 209점을 전시하고 있다. 동양화 전시가 국공립미술관은 물론이고 사립미술관에서도 보기 힘든 장르가 되었다. 이런 현상은 꽤 오래되었지만 미술계에서는 별 다른 극복 혹은 타개 등의 움직임은 없다. 하물며 2백 점이 넘는 작품을 기증, 그것도 동양화가 중심이라는 것이 반갑다.
소정 변관식의 생애와 예술세계
소정 변관식(小亭 卞寬植, 1899~1976)은 황해도 웅진에서 태어났다. 외조부 소림 조석진이 화사로 있던 서화미술회에서 그림을 배웠다. 1912년 2길 입학한 이들이 심산노수현, 청전 이상범, 정재 최우석이 있고 중간에 입학 사람이 이당 김은호이다. 일곱 살 위인 이당 김은호와는 아마 이 시기에 만나 만나 평생 친구로 지냈고, 서화미술회 명예회원인 이용문의 도움으로 일본으로 1925년에 함께 유학을 갔다.
일본에서 4년간 머물면서 서양의 근대미술을 받아들인 일본의 신 남화(新 南畫)에 영향을 받아 풍광 좋은 곳을 찾아다니며 사생을 했다. 신 남화풍의 작품을 1930년대까지 지속했다. 몇 번 조선미술전람회에 참가하기도 했으나, 적극적이지 않았다. 해방 전까지 전국의 명승지를 찾아다니며 실경 사생에 열중했다.
해방 이후에 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기도 했으나, 이내 곧 그의 성격대로 관여하지 않는다. 이후 생을 마칠 때까지 공적인 일은 거의 하지 않고 자유롭게 살았다. 70년대 인사동에서는 아침에 둘둘만 그림 한 점을 손에 들고 내려온 소정은 그림을 청하는 화랑 주인에게 묻지도 않고 그림을 넘겼다. 그리고 받은 돈으로 식사와 술을 즐겼다는 이야기가 전해질 정도로 호기롭게 살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1950년대에 이르러 사생을 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금강산을 소재로 한 작품을 많이 제작, 발표했다. 거대한 암봉과 나무들 그리고 절묘한 화면 구성으로 금강산의 웅장함으로 표현하여 그의 대표작이 되었다. 그가 즐겨 그린 소재로 재미있는 것은 한복 입은 인물이 기세 좋게 걸음을 움직이는 모습이다. 이런 인물이 등장함으로써 화면에 화력을 부여하는 역할을 하기도 하며, 한편으로는 작가 자신과 함께 주유하는 친구를 표현한 것은 아닌지 추측하게 한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뜻밖에 만난 소정 변관식의 초기작품(1923)
동산방 창업자인 박주환이 수집하고 그의 아들 박우홍이 기증한 209점에 중에 90여 점이 이번 전시에 출품되었다. 그중에서 눈에 띄는 좋은 작품은 다음 기회에 올리려 한다.
이 작품은 1923년에 제작한 작품이다. 1911년에 발족한 서화미술회에 이당 김은호가 1912년 중도에 입학했다는 기록으로 보아 소정 변관식도 아마 이쯤에서 서화미술회에서 그림공부를 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따라서 정식으로 입학하여 졸업한 것이 아니기에 수학이라는 표현으로 여러 논문에서 표현하고 있다.
서회미술회가 3년 과정이었으므로 1915년이면 수학기를 거쳤고, 1922년에 창설된 조선미술전람회에 참가했고, 1925년에 김은호와 일본으로 유학을 갔으니이 사이에 그린 작품이다. 특유한 소정의 양식은 볼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화면 전체에 힘이 넘치고 열심히 그렸다는 것을 느낄 정도이다. 그 정도로 어느 화면 한 군데라도 소홀함이 없다.
층암이 겹겹으로 강가를 눌러 쌌는데
잎새 소리 가운데 가을빛이 무르익네
그 가운데 한없는 경치 있으니
갈대꽃이 구름처럼 빈 여울에 가득하네
때는 계해년(1923) 8월 초에 유금사 인형(근대서화 수장가 유복렬)께서 보고 고쳐주시기를 바라며
동창에게 옛정을 표함
소정 변관식이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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