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립미술관에서는 영남청년작가전 누벨 바그가 2024년 1월 23일부터 5월 12일까지 전시 중에 있다. 1부에서는 권세진, 김명득, 노경진을 포스팅했다. 이어 2부에서는 안효찬, 이성경, 김승현의 작품을 포스팅한다. 이들 작가도 조각, 서양화와 재료는 한지와 목탄을 사용하는 작가로 모두 특색 있는 젊은 영남작가들이다.
디스토피아로 연출한 연극무대, 안효찬
1990년 포항에서 태어나 경북대학교 조소과를 졸업하고 경기창작센터,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에서 레지던시를 했고, <게으른 폭력>(대구문화예술관, 대구 2019), <어제 남긴 물음>(소노아트 갤러리, 서울 2019) 등 개인전을 열었다.
안효찬의 작업은 녹슬은 건설현장과 그 속에 죽음으로 갇힌 돼지 그리고 기다란 단 하나의 철근으로 지탱되는 연극무대 같은 상황을 연출한다. 대상이나 사물을 재현하는 조각기법이 아니라, 상황 혹은 풍경 혹은 무대를 자신만의 시각으로 재현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건설현장이면서 폐허의 공간이고, 죽음의 공간(돼지에 있어서는)이다. 그가 만든 풍경은 결코 낭만적이거나 유토피아아를 꿈꾸고 있지는 않다. 거기에는 절망과 무기력의 시대, 인간 자신을 붕괴시키는 사회적 윤리를 파괴하는 탐욕, 스스로 기만하는 결핍이 있다고 한 포항시립미술관의 자료는 정확한 지적인 듯하다.
하지만, 한쪽에 전시된 석고로 만든 아파트 형상을 은유한 듯한 작품도 있었지만, 이것들은 관람객의 눈을 끌지 못하고 있었다.
바람 그림자 시리즈가 인상적인 이성경
1982년 대구에서 출생하고 영남대학교 한국회화과와 동 대학원을 나왔다. 여러 기획전에 참여하였고 10여 회 이상 개인전을 개최하였다. 특히 2023년에 이인성미술상 수상자전 연계 특별전에 선정되어 <이성경 : 짐작하는 경계>를 대구미술관에서 개최했다.
이때 출품된 작품이 이번 포항시립미술관 영남청년작가전에 다시 출품되었다.
한지(장지)에 목탄을 주로 사용하는 이성경의 작품은 먼저 채색을 하고 그 위에 목탄으로 그리고 지우기르 반복하면서 작품을 제작한다. 비교적 사실적인 풍경 특히 창문 너머에 있는 풍경을 화면으로 옮기는 방식으로 작업을 해온 작가이다.
<바람 그림자> 시리즈는 그림자, 그림자가 된, 또는 그림자가 드리워진 풍경을 모티브로 삼고, 익숙한 일상 속에서 다양한 인식의 변화를 표현하고자 한다고 한 대구미술관의 소개글이 적절한 표현인 듯하다. 10점으로 구성된 이 시리즈는 모두 풍경으로 마치 자동차 속에서 스쳐 지나가는 바깥 풍경을 캡처하듯이 잡아낸 화면처럼 보인다.
창문을 통해 들어온 풍경이라고 표현하지만, 관람자의 시각에는 오히려 적당한 속도로 지나가는 혹은 다가오는 풍경을 한지와 목탄이라는 재료의 특성으로 아주 효과적으로 화면에 올겨온 것으로 보아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
익숙하지만 한편으로는 약간 낮선 풍경이 잊었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풍경이라고 표현하면 지나친 억측일 될까? 그의 작품이 어떻게 앞으로 변할지 기대가 된다.
스스로 지시하고 지시대로 작품을 제작하는 김승현
김승현은 1983년 대구에서 태어나 경북대학교 미술학과를 졸업했다.
김승현은 캔버스에 지시문을 넣고 그것을 수행하는 과정을 화면에 그대로 담아내는 작품을 보여준다. <구성 연작>에는 영문으로 '구성 시리즈, 두 가지 색으로 구성하라'는 지시문을 캔버스에 넣고 이어 그 지시대로 따라서 그린 작품을 발표했다.
그 지시문 밑에는 지시하는 연도와 월일이 함께 기재되어 있고 이 날자는 계속 이어진다. 작가는 스스로에게 지시를 내리고 그 지시대로 따라 그림을 그리는 과정, 그 과정이 캔버스에 그대로 노출되는 것이다.
현대인은 누군가의 지시와 명려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대부분이다. 어린 시절은 부모님, 학생 시절에는 선생님 그리고 사회에 나와서는 직장 상사의 지시에 따라 움직인다. 확장해서 말하면 개인사업을 한다고 하더라도 고객의 지시 혹은 요청을 수행하는 조건으로 돈을 버는 자본주의 형식(지시)에 살고 있다.
어쩌면 김승현은 구성(compostion : 구성, 작곡)하라는 명제는 당연히 화면을 구성하라는 의미도 있을 것이지만, 우리의 일반적인 삶의 형식을 상징하는 문구로 다가온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살아가려는 누군가도 결국은 무엇인가에 지시를 받고 그것을 이행하는 댓가로 살아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이번 포항시립미술관 영남청년작가전은 많은 작품이 나온 것도 아니고, 단체전이기에 작가에 대한 면밀한 탐구는 어려웠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이 전시를 위한 신작이 없이, 이전에 다른 곳에서 이미 전시되었던 작품이 다시 출품되어다는 점이다. 젊은 창작열을 기대했던 이들은 실망하는 지점이 될 것이다.
영남청년작가전 누벨 바그 전시 중인 포항시립미술관에 가다 -1부
'국공립미술관박물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사라진 '동양화'와 '서화미술회' 시절의 '동양화' - 2편 (0) | 2024.04.05 |
---|---|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사라진 '동양화'와 '서화미술회' 시절의 '동양화' - 1편 (0) | 2024.04.05 |
김구림 작가와 국립현대미술관이 이 문제로 갈등한다고? 아마추어만 있나요? (1) | 2024.04.02 |
영남청년작가전 누벨 바그 전시 중인 포항시립미술관에 가다 -1부 (0) | 2024.03.30 |
국립현대미술관은 왜 그럴까요? 일하는 학예사가 없나요! (1) | 2024.03.29 |
강릉 솔올미술관, 기부채납이라는 이름으로 짓는 문화시설 문제 많다. (2) | 2024.03.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