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46 이탈리아 동전에 새겨진 움베르토 보치니의 조각 움베르토 보치니(Umberto Boccioni, 1882~1916)의 조각, (1913)는 현대의 속성인 힘과 속도의 가능성을 시각화한 작품이다. 이 혁신적인 창의성을 이탈리아는 인정해 자국의 20센트 동전에 이 작품을 새겨 넣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을 1유로 동전에 새겨 넣은 것처럼 말이다. 미래주의와 움베르토 보치니의 창의성 20세기 초 이탈리아는 우울했다. 로마의 영광은 추억이 되었고, 20세기 선진기술에 뒤처져 있었기 때문이다. 위기의식을 느낀 이탈리아 미술인들은 "사모트라케 여신보다 달리는 자동차가 아름답다"라는 구호 아래 미래주의(Futurism)를 선언한다. 그들은 '힘'과 '속도'를 20세기의 산업과 기술의 승리라고 선언했다. 미래주의는 힘과 속도를 표현하기 위한 자신들만의 방법을 동원.. 2023. 11. 3. 시골집 뒤뜰에 대나무처럼 생긴 서정국의 조각 아스팔트 도로, 번쩍이는 자동차, 빠른 지하철이 있음에도 우리 삶은 바쁘다. 휴대폰이 없을 때는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전화를 받을 일이 없었다. 컴퓨터가 없을 때는 확인할 메일이 없었다. 첨단기술은 몸이 편한 세상을 만들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우리 정신을 한가하게 두지 않는다. 시골집 뒤 뜰에 난 대나무처럼 생긴 서정국의 조각작품이 생각난다. 옛날에는 시골집 뒤뜰에는 대나무가 있었다. 지금 시절에는 뒷문 마루에 맞닿은 손바닥 뒤뜰에 키 작은 대나무 잎이 사각거리는 소리가 서늘할 때이다. 높은 뒷산에서 소나무를 스치며 내려온 바람이 대나무 잎 사이로 들어와 뒷문 마루까지 오는 바람이 그랬다. 한여름에 먼 앞산에서 뻐꾸기 울음소리라도 들리면 그 작은 시골집은 낙원이 된다. 가을이면 달빛 사이로 흔들리는 뒤뜰.. 2023. 11. 2. 정보가 돈이 되는 시대에 우리를 표상한 류인의 조각 21세기 뉴 밀레니엄 시대는 정보화 시대가 될 거라 순진하게 예상했다. 하지만 이런 예상을 넘어 이십 년도 더 흐른 지금은 정보가 돈이 되는 시대 즉 '정보산업시대'로 진입했다. 정보를 창출하거나 가공하기 위해 온갖 물질적, 정신적 투자를 쏟아붓는 우리, 현대인은 그럴수록 나약한 모습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마치 이 시대에 우리를 표상한 류인의 조각처럼 말이다. 2023년 정보가 돈이 되는 시대에 우리 뉴 밀레니엄 시대를 맞이했던 지구는 온갖 행사로 밝은 미래가 올 것이라고 장밋빛을 그려냈지만, 시간이 지난 지금 우리에게는 결코 그렇게 느끼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우리들은 약하고 약한 존재가 되었다. 내 인생의 주체자로, 내 가족의 가장으로, 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 살아기기 힘든 시대가 되었다고 많은 이들.. 2023. 11. 2. 변하는 세상에 화가에서 조각가로 변신한 조각가 문신 오래전에 유명했던 광고 문구에 '여자의 변신은 무죄'라는 것이 있었다. 요즘에야 남자들도 화장하는 시대이니 변신은 무죄가 맞다. 20년 전에만 하더라도 어르신들이 '사람은 변하면 죽느니라' 하신던 말, 그건 맞는 말이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변하는 세상에 화가에서 조각가로 변신한 조각가 문신은 멋있게 성공했다. 흔히들 오해하는 예술에 관한 생각 세상이 변한다. 예전에 영원할 것 같던 일들이 지금은 권위와 의미를 잃어버리고 흔적조차 없는 것들이 많다. 한결같은 것은 요즘에는 찾아보기 힘들고 그렇게 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예술에 아니 더 좁게 말하면 미술작품에 관한 것도 비슷하다. 미술작품이 유일하게 창조성을 가진 영원한 생명체와 비교하는 신화 속에 둘러싸인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하던 때가 있었다. 예술.. 2023. 10. 26. 조각가 권진규가 새겼던 글귀에서 조각가 귄진규는 아뜰리에 벽에 '범인에겐 침을 바보에게 존경을 천재엔 감사를...'라는 글귀를 적어놨더란다. 예전에는 무심히 넘겼지만, 세월이 지날수록 그 뜻이 비수로 다가온다. 범인들 속에서 손가락질당하며 침 세례를 받는 것도 모르며 하루하루를 사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예술에서 성공한 조각가 권진규 그러나 현실에선 실패였다. 이 글귀를 사랑했던 조각각 권진규는 1973년 5월 4일,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우리 나이로 치면 쉰둘이었다. 세 번의 개인전 기록과 '인생은 공, 파멸'이라는 마지막 글을 남김 권진규는 이 세상에 테라코타와 석고, 작은 돌로 만든 조각 등 겨우 수십 점만을 남겼다. 이 적은 숫자인 조각으로도 사랑하는 마니아가 있다는 것에 그의 영혼은 위로받을지도 모른다. 열 손가락 안에 드는.. 2023. 10. 25. 이전 1 ··· 26 27 28 29 30 다음